달러 예상보다 셌다…"하반기 약세전환" Vs"상저하고 유지"

by이윤화 기자
2021.03.03 17:52:45

지난해말 약달러 전망 우세했지만 美국채 금리 뛰자 강달러
미 국채 10년물 금리 연 1.6% 상회하자 하루만에 15원 올라
금리 방향성에 상반기 환율 흐름 결정..하반기 전망은 엇갈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6%를 상회하는 등 국채 금리 상승에 연동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구두개입 등에 1.4%대로 급등세가 진정되긴 했지만, 향후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르면 추가적 금리 인상 여지가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참가들은 환율의 향방에 대해 오름세가 생각보다 빨라 중장기적 전망에 있어 상단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진=AFP
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7원(0.33%) 내린 1120.3원으로 하락 마감하긴 했지만, 1120원대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전일에는 전장 대비 0.5원(0.04%) 오른 1124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124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5일(1128.20원) 이후 약 넉 달만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5원(1.4%) 넘게 올라 작년 3월 팬데믹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하루 중 상승폭으로 봤을 때, 환율이 15원 넘게 오른 것은 코로나19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3월 이후 약 1년여 만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당초 외환 및 채권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환율이 1100원을 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미국발(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위험 우려가 나오면서 미 국채 금리가 급등, 안전자산인 달러화도 함께 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 목표치(2%)에 도달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면서 금리를 장기간 동결할 것임을 시사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6%대에서 1.4%대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주말 미 하원을 통과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재정부양책이 상원을 통과를 앞두고 있는 만큼 채권 시장 내에서 물량 압력이 작용해 금리 인상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강(强)달러 재료로 작용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미·중 무역갈등은 위안화 강세를 억눌렀다. 다른 나라 대비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보급 속도가 빠르고, 경기지표 역시 시장예상치를 상회하며 유로화, 엔화 등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스탠스 등을 이유로 달러 약세 흐름을 전망했던 KB증권은 최근 환율 전망을 수정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환율을 연평균 1088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90원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빠른 금리 상승 이슈에 상반기 달러 강세로 전환한 것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상반기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하반기 달러 약세로 환율 전망을 수정했다”면서 “미국의 상대적으로 빠른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로 인해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이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 영향이 그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달러 상승이 미 국채 금리 상승의 단기적 영향에 따른 ‘오버슈팅’(overshooting)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 달러 방향성 전망은 상대적 상승과 하락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다. 오버슈팅이란, 상품이나 금융자산의 시장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폭락하였다가 장기균형수준으로 수렴해 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이달 말 발표하는 환율 전망에서는 최근 국채 금리 상승 등 시장 움직임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 저점이 높아질 소지는 있다”면서도 “미 국채 금리 상승하면서 환율이 상승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과도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오버슈팅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되돌림 국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명목 금리를 실질 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로 나눌 수 있는데 인플레 기대가 크고 환율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실질 금리 상승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최근 환율 상승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단을 크게 높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시장이 현재는 테이퍼링 이슈에 매몰되어 있는데 미 연준이 지속적으로 이러한 기대를 억누르면서 몇 달 지나면 시장의 우려도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연준은 팬데믹 이후 구직을 포기해서 실업률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실업률이 10% 가까이 된다고 밝히는 등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 금리 상승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 역시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세는 예상보다 가팔랐지만 상저하고 전망에는 변화는 없다”면서 “1분기에는 지금처럼 변동성을 보이겠으나 2분기 저점을 최저 1070원까지 보고 있고, 3~4분기는 평균 환율이 1120원 수준으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하반기로 갈 수록 달러화가 상대적 약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도 맞선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기저 효과가 반영되는 3월 이후부터 금리 상승을 예상했는데 시장이 빨리 달리다 보니 미국 금리 상승이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이슈가 되긴 했다”면서도 “기존 상고하저 흐름의 큰 틀은 조정한 것은 없다. 환율 예상 평균은 1분기 1110원, 2분기 1140원, 이후 3-4분기는 1130원대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 연원은 이어 “올해 가을께부터 연준이 양적완화(QE) 줄이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이를 미리 반영하는 시장 심리를 고려한다면 여름에 환율 고점을 찍고 가을과 겨울에는 오히려 안정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