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요금 전쟁 돌입… 통신株에 득 될까, 독 될까?

by박태진 기자
2019.04.03 17:41:06

8만원대 ‘무제한’ 족쇄에 가격 상방 막아..수익성 우려
투자심리 위축… KT·SKT·LG유플러스 일제히 하락
28GHz 장비 가격·투자 규모 불확실성 커져

3일 오전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SKT 5GX 론칭 쇼케이스 행사에서 개그맨 양세형이 5GX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을 활용해 동생 양세찬과 프로야구 경기를 동시에 즐기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총 4개의 5G 요금제도 공개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이 속속 5G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KT(030200)가 지난 2일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8만원짜리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무제한 데이터는 초고가요금제에 제공되지만 가장 대중적인 수준의 요금으로 제공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경쟁사인 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도 고객 유치를 위해 KT와 비슷한 요금대에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통사 스스로 요금제 상한선을 낮추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KT는 전거래일대비 0.73% 하락한 2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텔레콤은 전일대비 3.19% 하락한 24만3000원에, LG유플러스는 6.07% 떨어진 1만4700원에 각각 거래를 끝냈다.

이통3사들의 주가가 하락한 주된 요인은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제공 때문으로 풀이된다. 요금제 경쟁에 불씨를 당긴 쪽은 LG유플러스로 지난달 말 150기가바이트(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월 6만5000원짜리 표준 요금제 등 총 3개 요금제를 선보였다. SK텔레콤도 이날 7만5000원짜리 스탠더드 요금제를 비롯해 총 4개 요금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두 업체는 표준 가격대에는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8만9000원과 12만5000원짜리 요금제에만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LG유플러스는 무제한 데이터 제공을 명시하지 않았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무제한 요금제로 출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 업체에서 먼저 시작을 해버리면 다른 사업자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은 나중에 더 높은 요금제로 올려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지만 시작부터 요금 상방을 막아놓은 격이 됐다”며 “한 업체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시작해버리면 다른 사업자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어 주가적인 측면의 센티멘탈(투자심리)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3일 기준 전일대비 등락율.(자료=마켓포인트)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단기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기업분석실장은 “5G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2020년 이후 자본적 지출(CAPEX) 급증 우려가 커지고, 초고속인터넷 매출 잠식 우려도 증폭될 수 있다”며 “8만원 이상의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져 초고가요금제 가입자 증가 기대감도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파수 28기가헤르츠(GHz)의 네트워크 장비 가격 및 투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실장은 “한 업체가 28GHz에 쓰이는 장비를 쓰게 되면 나머지 회사들도 내년에도 같은 사양의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며 “문제는 이 장비 수요가 얼마나 될지 모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비용 불확실성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이통사들이 무제한 데이터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무제한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판촉 활동 때 무제한이라고 얘기하지만 한시적으로 운용하면서 1000GB든 2000GB든 숫자를 명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제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으면 사람들은 더 불안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존 4G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제한 요금제가 나온 만큼 신규 수요층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KT가 발표한 요금제 중에서 소비자들은 월 8만원을 납부하는 요금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신규가입 시장에서 이 요금제가 가장 대중적인 5G 요금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