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6.10.19 22:01:04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2년간 저를 보듬고 돌봐주신 백련사 모든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9일 강진에서 마지막 밤을 맞이하는 감회를 묻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정계복귀 발표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아내 이윤영 여사와 저녁나절을 단둘이 보낸 뒤 별빛을 맞으며 백련사 어귀로 돌아왔다.
그가 이용하는 검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뒷좌석에는 지난여름 공개일정을 소화할 때 즐겨 입었던 푸른색 셔츠와 얼마 되지 않는 짐꾸러미가 실렸다.
손 전 대표를 가까이서 보좌해온 측근은 “오늘 대표님이 하신 말씀은 ‘내일 올라가자’ 한 마디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날도 평소처럼 손 전 대표는 만덕산 정상인 석름봉에 올랐지만, 여느 날과 달리 강진만 풍광을 눈가에 힘주어 찬찬히 들여다봤다고 이 측근은 덧붙였다.
2014년 7월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낙선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같은 해 8월 10일께 홀연히 강진을 찾아왔다.
경기 성남 분당 아파트와 세간살이도 그대로 두고 떠난 여정인 만큼 다산(茶山) 정약용의 자취를 더듬으며 보내는 나날이 2년 2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는 당시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그사이 분당 아파트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고, 손 전 대표의 새 전셋집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으로 옮겨갔다.
손 전 대표는 강진 토담집에서 머무는 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떠도는 이야기에 단 한 번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토굴이 아니라 산중 별장에서 지낸다’는 소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손 전 대표는 “제가 불교에 대해 짧은 지식이 있습니다”고 운을 떼며 “스님이 기거하며 수행하는 모든 집터를 겸손의 뜻으로 토굴이라고 칭합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여 동안 손 전 대표는 아내와 함께 뱀이 우글댔던 허물어진 토굴을 차향기 그득한 토담집으로 갖추었다.
이날 밤 손 전 대표의 토담집 굴뚝에서는 해 질 녘 아궁이에 피워놓은 군불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손 전 대표는 20일 오전 강진을 떠나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 기자회견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