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입차 관세 너무 높다"…미·중 정상회담前 분쟁 조짐(종합)

by방성훈 기자
2017.03.21 17:41:55

로렌스 서머스 전 美재무, 리커창 中 총리와 비공개 회담
서머스 "中 수입차 관세로 美 무역적자 확대" 문제제기
리커창 "中도 호주서 원료수입해 무역적자..모두의 문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중국의 수입차량에 대한 관세가 너무 높다며 비난했다. 다음 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재차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관세는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고문인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리커창 중국 총리와 비공개 회담을 열고 중국이 수입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미국의 자동차 부문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는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주요 안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 총리는 “모든 나라가 무역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 역시 호주 등과 같은 나라에서 원료를 많이 수입해 무역적자를 겪고 있다”고 대응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판매되는 지프 랭글러 가격은 미국보다 3만달러(한화 약 3351만원)가 비싸다. 3.6리터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루비콘 버전의 경우 미국에서 4만530달러에 팔리지만 중국에서는 7만1000달러를 줘야 살 수 있다. 중국이 수입 자동차에 부과하는 높은 세금때문에 이같은 가격 차이가 발생하며, 나아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게 서머스 전 장관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그동안 “높은 관세로 인해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수입차 비중이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는 미국의 25%와 대조된다”고 비판해 왔다.



실제로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시장이 된 데에는 고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국가 기업들이 현지에 대규모 조립 공장을 세운 영향이 크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중국법인의 전 최고경영자(CEO) 빌 루소는 “같은 차종이라도 수입차는 현지에서 생산된 차보다 가격이 두 배가 높다”면서 “이는 중국 현지화를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현지 생산을 통해 훨씬 많은 이윤을 남겼기 때문에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울러 자동차 가격이 운송 및 유통, 인증, 옵션, 시장규모 및 환경 등 다른 요소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고관세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중국의 관세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또 미국이 자동차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것도 중국 때문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제너럴모터스(GM)은 뷰익 엔비전 모델을 중국 산동성 공장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미국에 판매하려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더 지으라는 입장이지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기업의 생산·투자 결정이 쉽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부품 문제도 복잡하다. 지난 1월 미국은 중국에 8억1700만달러의 부품을 수출하고 17억1000만달러를 수입했다. 하지만 푸야오와 같은 일부 중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미국에 투자를 시작했다. 다른 부품 납품업체들도 미국 공장에 납품하기 위해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부품 수입을 줄여주는 동시에 중국으로의 부품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조립 공장을 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1980년대에 무역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한 적이 있다.

한편 미국은 독일과도 자동차 무역적자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에서 벤츠가 쉽게 보이지만 독일은 쉐보레를 비슷한 비율로 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 뉴욕 5번가에 독일 차가 별로 없다”고 비꼬면서 “독일의 무역 흑자는 독일 제조업 제품의 높은 품질 때문”이라고 대응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부총리도 “미국 차를 더 잘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