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명철 기자
2016.03.31 19:09:29
한국금융 피인수 시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노조 “최악 면했지만 매각 과정 잘 지켜봐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KB금융(105560)이 올해 처음 벌어진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M&A)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활짝 웃었다.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벗어나게 된 현대증권(003450)은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현대증권 매각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은 현대상선(011200)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 22.43%(기타지분 포함 총 22.56%)와 경영권에 대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당초 현대그룹은 내일 오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하루 앞서 알려지게 됐다.
이미 본입찰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현대증권 본사에서는 긴장된 분위기가 지속됐다. 복도와 엘리베이터 등 회사 내부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유력 인수후보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직원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KB금융을 새로운 주인을 맞을 것으로 유력해지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양새다.
공식적인 입장은 없었지만 현대증권 입장에서는 한국금융지주(071050)보다는 KB금융을 인수자로 내심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이미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보유해 현대증권 인수 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기업금융(IB) 부문의 경우 중복된 분야가 많은데다 회사 내 한국투자증권 출신 인력도 많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도 중첩된 지점의 정리가 예정 수순이었다.
현대증권 노동조합 역시 이점을 염두에 둔 듯 매각 일정이 시작되고 난 후 생존권과 영업권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증권업 발전을 저해한 장본인’이라며 피인수 반대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되자 당초 이날 오후 6시30분 한국금융지주 앞에서 벌일 예정이던 집회를 취소했다. KB금융의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최악은 면했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인수합병(M&A) 절차는 이제부터 시작인만큼 매각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감시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경봉 노조 부위원장은 “아직은 (KB금융측이) 인수하는 자금이 어떤 것인지도 봐야하는 등 안심할 수는 없다”며 “처음 제시한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