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호 출범부터 으르렁…中 '트럼프 인사' 제재에 美 "분열 조장" 반발

by이준기 기자
2021.01.21 17:37:20

바이든 취임선서 직후…中, 폼페이오 등 28명 제재
백악관 NSC "당파적 분열 노리는 시도" 강력 비판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과 중국이 일종의 힘겨루기에 나섰다. 중국 측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중(對中) 강경파 인사들을 무더기 제재하자 바이든 행정부가 ‘분열을 시도하려는 행보’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면서다. 떠나는 전직들에 대한 제재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받는 충격은 크지 않지만 향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끝난 직후인 21일 새벽 1시쯤 홈페이지에 “미국의 반중(反中) 정치인들이 중국에 대한 편견과 증오로 중국 내정을 방해하고 중국의 이익을 저해했다”며 제재 성명을 올렸다. 명단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존 볼턴·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모두 28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대중 관세 폭탄·제재 등을 진두지휘하거나 적극 관여했던 강경파로 분류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실력자들이다.

이에 따라 이들과 이들 가족은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마카오 입국이 전면 금지된다. 이들과 관련된 기업·기관도 중국 측과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들은 중국 국민을 불쾌하게 하고 미·중 관계를 심각하게 붕괴시키는 일련의 미친 행동을 선동하고 실행했다”고 융단 폭격을 가했다.



이에 백악관 NSC 대변인인 에밀리 혼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날 (트럼프 행정부 인사에) 제재를 가한 것은 당파적 분열을 노리는 시도로 보인다”며 “이러한 비생산적이고 부정적인 행위는 (공화·민주) 양당이 비난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더 나아가 혼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을 능가할 수 있도록 양당 지도부와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 정가를 갈라놓기 위한 술수라는 게 백악관 측의 분석인 셈이다.

일각에선 향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질 양국 간 갈등국면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이번 중국의 트럼프 인사 제재를 자신들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물론 경고·기대가 섞인 논조였지만 이날 적성국인 러시아·이란 정상들마저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정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신 중국은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의 짧은 축하메시지 트윗으로 이를 갈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