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막자"…정부, 최소 10조원 규모 채안펀드 조성
by유현욱 기자
2020.03.19 18:33:06
비상경제회의 결과 합동브리핑
'증시 안전판' 증안기금도 만든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정부가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팔을 걷어붙인다. 지난 2008년 10조원 규모로 조성했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재조성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박영선 중기벤처기업부 장관은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1차 비상경제회의 이후 가진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채권을 사서 돈을 순환시켜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의식에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채안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세계 경제까지 위협하자 은행채 등 우량 회사채조차 제대로 발행되지 못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 규모와 금리를 결정짓는 기업 신용등급도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홍남기(가운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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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썼던 비상 처방을 꺼내 들었다. 당국은 당시 은행, 보험, 증권 중심으로 채안펀드를 10조원 규모로 조성한 바 있다. 권역별로 출자금을 보면 은행이 8조원으로 가장 많고, 생명보험 1조3000억원, 손해보험 3000억원, 증권 5000억원 등이다. 가장 많은 자금을 출자한 산업은행 계열사인 산은자산운용이 통합펀드 운용을 맡고, 투자자산별로 하위 펀드를 둬 여러 운용사가 나눠 맡았다. 은행 17곳, 보험사 38곳, 증권사 36곳 등 총 91곳이 출자했다.
홍 부총리는 “과거 2008년 위기극복에 기여했던 채안펀드 조성 경험과 운용의 묘를 살려 시장에 온기가 돌아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채안펀드 규모와 관련 “지난 2008년(10조원 규모)보다 커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채안펀드 조성을 분명히 한 만큼, 향후 일정은 숨 가쁘게 진행이 될 전망이다. 당장 은 위원장은 오는 20일 오전 은행장들과 만나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4일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도 예고했다. 은 위원장은 “펀드 운용 방식은 과거 펀드 조성 사례 등을 준용해 가급적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설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일 폭락장을 연출하고 있는 증권시장에도 안전판을 마련한다. 홍 부총리는 “주식시장의 과도한 불안이 실물경제와 경제심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금융권이 공동출자하는 증권시장 안정기금(증안기금)을 조성하겠다”며 “증시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면서 개별종목이 아닌 시장 대표지수상품에 투자해 주식시장 전반의 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내주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채안펀드·증안기금 조성 방식과 규모를 확정해 발표한다.
증안기금은 지난 1990년 4조원 규모로 조성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조성되지 않았다. 증권업권에 국한한 5000억원 규모 증권시장 안정펀드를 조성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 밖에 정부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을 지원하는 시장안정 채권담보증권 즉, 프라이머리 CBO 신규발행도 3년간 6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