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국감]“LH, 법적 사각지대 ‘매입임대주택’으로 돈잔치, 임차인만 피해”

by이승현 기자
2018.10.11 18:42:03

박재호 의원, 국감서 미분양 매입임대주택 문제 지적
“장기거주 임차인만 혜택소외, 대책 세우지 않으면 감사청구”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해온 미분양 매입임대주택을 매각해 거액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을 산 자산운용사 등 대기업들은 이익을 본 반면, 이곳에 살던 임차인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매입임대주택은 법적인 근거가 없어 LH가 자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LH가 법적 미비점을 이용해 임차인들의 거주권을 보호하지 않고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미분양 매입임대주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분양 매입임대주택으로 건설회사, LH, 키움증권 SPC, KB부동산신탁과 같은 대기업만 이익을 보고 정작 10년간 보증금과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고 살아 온 임차인들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분양 매입임대주택은 2007년 민간 건설사들의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를 LH가 일괄 매입한 것이다. 총 60개 단지, 5612호에 이른다. 이곳에 사는 임차인들은 거주 5년, 10년 두차례 분양전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올해 6월부터 10년 분양전환이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분양금액이 높아 임차인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LH가 산정한 2개의 감정평가법인이 제출한 평가금액의 평균으로 분양가가 결정되는데 분양가가 시세에 거의 근접할 정도로 높게 책정되고 있다는 게 박 의원측의 주장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분양전환된 아파트는 11호에 그쳤다. 대신 대부분의 아파트를 KB부동산신탁에 매각했다. KB부동산신탁은 총 4291호의 미분양 매입임대주택을 매입했다. 이 아파트의 소유권은 KB부동산신탁에, 자산 수익권은 키움증권의 특수목적법인(SPC)가 갖고 있다. 매각은 키움증권 SPC가 LH에 현금 1921억원을 지급하고 부채 5449억원(주택기금+임대보증금)을 떠안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거래를 통해 LH는 부채 5449억원을 절감했다고 집중 홍보했다.



또 자산 수익원을 갖고 있는 키움증권 SPC는 분기별로 임차인들의 임대료 이익 651억원을 챙겨갔다. 여기에 LH는 SPC에 향후 이 주택의 매각으로 최초투자금 1921억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거부권’을 갖도록 보장했다.

문제는 10년 분양전환 형식인 미분양 매입임대주택은 관련 법률이 없어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있는 건설형 임대주택의 경우 대기업에 일괄 매각할 수도 없고, 분양전환 금액을 높게 책정할 수도 없다.

박재호 의원은 “전국 4291호를 분양전환하면 1조원이 넘는 대금이 만들어지고, LH는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런데 임차인들만 빈손으로 가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LH는 부채감축 방식이라고 답변하지만, 실상은 ‘이익극대화’일 뿐이었다”며 “LH가 지금이라도 임차인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