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 광고 난무' 동물병원…공정위 제재 조치

by하상렬 기자
2025.12.04 17:59:14

공정위, 부산 소재 동물병원 ''경고'' 처분
과학적 근거 없는 치료 방법 소개하거나 자격 과대포장
동물병원광고 사전심의 부재…관련 개정안 국회 계류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수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치료 방법을 소개하거나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격을 과대포장해 ‘견주’·‘집사’들을 유인한 동물병원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부산 금정구 소재 A 동물병원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A 동물병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에 ‘CFC라는 고양이친화동물병원 인증기준’이 있다며 자신이 해당 기준에 맞춰 고양이를 위한 시설과 진료를 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또한 국제고양이수의사회(ISFM) 공식인증로고를 사용하거나, ‘부산 경남 유일의 배치플라워 처방’, ‘한국반려동물협회 행동교정법과 미국 카렌프라이어 처치법을 기반으로 질병 치료를 한다’는 취지로 광고를 했다.

아울러 A 동물병원은 병원장 경력을 ‘시청 동물보호팀’, ‘부산 B대학교 반려동물보건과 교수’,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수의사’, ‘특수동물매개치료 협력 수의사’, ‘부산 유기견보호소 자문수의사’, ‘수술집도건수 3000여건’, ‘전직원이 동물행동학 전문가’, ‘신문사 고정칼럼 연재 중’, ‘방송사 반려동물 상담 출연 중’ 등 허위·과장으로 표시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A 동물병원의 표시·광고 행위가 위법이라고 봤다. A 동물병원이 소개한 치료 기법과 자격 등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표시·광고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더해 A 동물병원은 블로그체험단을 모집한 뒤, 해당 체험단의 추천 후기글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도록 하기도 했는데, 공정위는 해당 행위 역시 표시·광고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등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

공정위는 A 동물병원이 자진시정을 한 점 등을 고려해 제재 수준을 ‘경고’로 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위반행위를 한 피심인이 사건 심사·심의 과정에서 위반행위를 스스로 시정해 시정조치의 실익이 없는 경우 경고를 의결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선 동물병원 광고에 대한 제약이 없어 허위·과장 광고가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수의사법은 허위광고와 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사람을 자신의 동물병원으로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허위광고와 유인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문제가 있다. 특히 이를 사전에 걸러줄 심의기구가 없어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 조사로 동물병원의 허위·과장 광고행위를 제재하는 방법이 있지만, 인력 한계상 전방위적인 직권 조사까지 나아가긴 어려운 실정이다. 공정위는 지방사무소에서 신고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국회에는 ‘동물의료광고사전심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