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실적 기록 ‘종근당’...코로나19 치료제로 퀀텀점프 이어갈까

by김지완 기자
2021.02.18 17:32:48

중증 환자비율 2%...韓치료제 시장규모 年67억 불과
궁극적 목표는 85조원 규모의 글로벌 중증 환자 시장
세계 중증 환자 시장 1%만 차지해도 매출 65% ↑
다만 임상 어려움으로 단기간내 해외 진출은 어려워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그래도 신에겐 코로나 치료제가 남아 있습니다.’

다소 기대치를 밑도는 4분기 실적을 기록한 종근당에 대한 흥국증권의 보고서 중간 제목이다. 종근당(185750)이 지난해부터 개발에 나서 최근 임상2상 시험을 마친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나파모스타트, CKD-314)’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와 함께 리레이팅’(KB증권), 코로나19 치료제와 함께 레벨업!’(한국투자증권), ‘코로나19 치료제 조건부 허가 시 추가 매출 가능성 있음’(신영증권) 등의 메시지가 종근당 4분기 실적 증권사 리포트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나파벨탄이 종근당 실적을 한단계 레벨업 시킬 수 있는 최대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액 1조3030억원, 영업이익 123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년도 대비 각각 20.7%, 66.2% 증가한 수치다.

종근당 나파벨탄. [제공=종근당]
종근당(185750)의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이 투자자 관심을 끄는 이유는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보다 세포 수준에서 600배 높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렘데시비르의 1/600의 투약량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 약물 투여에 따른 신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파벨탄이 국내 유일 중증 코로나 치료제로 허가받은 렘데시비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종근당도 중증 환자 전용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중증 환자 비율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8일 기준 위중증 환자 비율은 1.98%에 불과하다. 지난해 1월 3일 이후 18일 현재까지 총 누적 확진자는 총 8만5567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숫자의 2%는 1711명이다. 렘데시비르 중증 환자에게 소요되는 평균 약가 390만(277만원~509만원)을 적용할 경우 국내 코로나 중증 환자 전체에 종근당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연간 최대 매출 66억원을 올리는 데 그친다. 종근당의 연매출 수준을 감안하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종근당 관계자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허가를 받기 위해선 해당 지역에서 별도 임상을 진행해야 된다”면서 “글로벌 진출도 고려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은 국내 중증 환자 대상이며 나파모스타트는 다수의 제네릭 제품이 있다”며 “코로나19 관련 매출 발생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올해 종근당 실적 전망 추산에 코로나19 치료제 예상 수익을 크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종근당 내부적으로도 나파벨탄의 국내 매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종근당 관계자는 “식약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2상 결과가 잘 나오면 조건부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코로나 확산세 자체가 세계 시장 대비 크지 않고 중증 환자가 많지 않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공익 목적이다. 시장성은 2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중증 치료제로 식약처 사용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 [제공=길리어드]
결국 종근당이 나파벨탄으로 퀀텀점프 하기 위해선 글로벌 코로나19 치료제 시장 진출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까지 글로벌 코로나19 확진자 1억990만명 가운데 2198만명, 즉 약 20% 정도로 추산되는 중증 환자들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대략 계산해도 글로벌 중증 환자 시장 규모는 85조원에 이른다. 이 시장의 1%(8500억원)만 차지해도 올해 종근당 매출액의 65%를 신장시킬 수 있다. 종근당 관계자도 “나파벨탄의 국내 승인이 떨어지면 최종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파벨탄의 글로벌 임상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나파벨탄의 주요 성분인 니파모스타트는 세린 프로테아제(Serine Protease) 저해제로서 반감기가 5~8분으로 매우 짧다. 반감기가 짧은 특성에 환자들은 24시간 병원에서 주삿바늘을 꽂은 채 임상에 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종근당은 국내에서 임상2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러시아에서 100명의 임상환자를 모집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했다. 니파모스타트의 짧은 반감기로 임상 환자 모집의 어려움이 상존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미국·유럽 등 해외 다양한 국가에서의 임상 진행이 단기간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쿠퍼스(PwC)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글로벌 제약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1조2302억 달러(약 1366조원)에서 오는 2027년 2조1511억 달러(약 237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