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1호 사건’ 코인 시세조종 대표, 1심 징역 3년
by정윤지 기자
2026.02.04 15:38:50
2024년 법 시행 후 첫 검찰 이첩 사건
허수 매수 주문해 코인 시세 조종
法 “공정 가격 형성 저해하고 신뢰 훼손”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뒤 처음 검찰에 이첩된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코인(가상자산)을 시세 조종한 주범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이정희 부장판사)는 4일 오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가상자산 운용업체 대표 이 모(34)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8억4656만3000원을 추징 명령했다. 직원 강 모(29)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씨의 매매 행위가 가상자산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일반적인 투자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보유한 A 코인 수량은 B 거래소 내 모든 투자자가 하루 동안 매매한 양의 6배가 넘는다”며 “이는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를 현저히 상회하는 수준으로 단계적 가격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봐야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시세가 하락해도 손실을 피하지 않고 일정 규모를 반복적으로 매도한 행위 역시 ‘거래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거래 행태는 A 코인의 거래량과 시세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며 “수요 공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형성을 벗어나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법원은 공범인 강씨가 이씨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범행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는 범행에 사용된 고빈도 자동 매매주문(API)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가담했다”며 “필수적이고 핵심적으로 역할했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관해 법원은 “피고인들은 A 코인을 매매 유인 목적으로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잘못 알게 하거나 시세 변동 매매를 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고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24년 국내 B 가상자산거래소에서 A 코인의 매수세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API 프로그램을 활용한 주문을 반복해 시세와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변동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직전 이씨는 브로커를 통해 A 코인 발행 재단과 접촉한 뒤 이 업체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했다. 두 사람은 A 코인의 시세를 띄운 뒤 총 201만개를 고가에 대신 팔아주는 조건으로 판매대금의 45%를 받기로 했다.
이들은 API 프로그램으로 직전 체결가보다 일정 비율 낮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제출했다. 실제 가격이 하락하면 주문 체결 직전에 취소하는 허수 매수 주문을 하루에 수십만 건씩 벌였다. A 코인이 성황인 줄 오인한 투자자들이 몰리면 매수 주문을 취소하는 식으로 범행했다.
당시 A 코인 일 평균 거래량은 16만개였지만 범행 기간엔 총 245만개로 하루 만에 거래량이 약 15배 급증했다. 이 중 89%가 이씨 거래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씨 일당이 이 같은 범행으로 71억원을 챙겼다고 봤다. 다만 이날 법원은 부당이득액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모두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은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후 검찰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처음 이첩받은 건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