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흉물’ 전락한 尹 응원 화환…“털끝 하나 건들지 마라”

by이로원 기자
2024.12.19 21:18:17

용산 앞 방치된 화환에 주민들 불편 호소
대통령실 “화환 너무 많아 직접 관리 불가”
용산구청 “법리적 처리 과정 검토 중”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탄핵 정국 속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칩거 중인 가운데, 지지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보내는 응원 화환에 주민들이 도보 통행 불편 등을 호소하고 있다. 용산구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함부로 철거를 할 수 없어서 난처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화환을 정돈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8일 윤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을 맞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는 ‘생신 축하한다’ , ‘우리가 응원한다’ 등의 화환 행렬이 약 1km 넘게 이어졌다.

화환 행렬은 대통령실 인근의 삼각지역 출구를 나오자마자 시작돼 녹사평역을 넘어 용산구청 앞까지 늘어서 있었다. 성인 남성 걸음으로 15분을 걸어야 하는 거리다.

화환이 너무 많아 이중, 삼중으로 겹쳐 두는 일은 예사였다. 띠에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마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환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수명이 다해 꽃이 시들거나 그 잔해물이 흩어진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화환이 너무 많아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화환은 배송했던 업체에서 회수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겨진 화환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용산구청 관계자는 “화환은 배송한 특정인이 있는 물건이라 쓰레기로 볼 수 없어 강제로 처리 불가하다”며 “화환 리본에 의견을 써 놨기 대문에 옥외광고물법과 관련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화환 처리 문제를 두고는 “광고물관리팀에서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15일에는 방치된 화환에 불이 나 경찰이 조사에 나서는 일도 발생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응원 화환 9개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이 길을 매일 걷는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 이태원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길이 일단 너무 더럽다. 약간 장례식 느낌 나는 것 같기도 하고...”라고 말했고, 또 다른 주민은 “별로 그렇게 보기는 안 좋은데, 너무 많이 진열이 돼 있다”고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토로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법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