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재판은 권리 침해"…이동환 목사 항소심 첫 공판 연기
by김은비 기자
2021.02.22 18:01:13
기감, 코로나19 방역 이유로 비공개 재판
"비공개 상황에서 공정한 재판 이뤄질 수 없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소속 교단인 감리교회 재판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의 항소심 첫 공판이 3월 2일로 연기됐다.
| ‘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가운데)가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 16층 행정기획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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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 목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성소수자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이대위)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 16층 기감 행정기획실 앞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 재판위원회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비공개 재판과 변호인 2인 출석을 제한하고 있다”며 재판 기일 변경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기자 회견에서 “벌써 공정하지 않은 처우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압박에 굴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재판은 기감이 성소수자에 대한 어떤 인권의식을 갖고 있는기 판가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재판부는 하나님의 사랑에 의거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힘 줘 말했다.
이 목사 항소심 첫 공판은 이날 오후 4시 행정기획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판위원회가 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비공개 재판을 요구했고, 변호인도 1명만 출석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감과 이 목사 측이 충돌했다.
이대위는 “공개재판은 기감 교리 장정에도 명시된 재판받는 사람의 정당한 권리”라며 “감리회 본부에 행정기획실 외에 넓은 공실이 여럿 있다는 점, 연회재판 때와 비교해 코로나 방역 단계가 하향 조정된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대위 측은 같은날 14층에서는 30여명이 넘게 참석한 반동성애 세미나가 열렸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오전에 ‘구약성서를 통해 비춰본 동성애’라는 이름의 세미나가 14층에서 열렸다”며 “여러명이 참석한 반동성애 세미나는 이뤄지고, 재판 공개느 안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기감 측에서는 “현재 이동환 목사의 재판 외에도 모든 기감 재판은 비공개 및 변호인 2인 출석 제한을 하고 있다”며 “이 목사 재판에만 예외를 두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목사 측에서 재판 연기를 신청함에 따라 기감 측은 추후에 3월 2일 공판 공개 여부 등을 정해 이 목사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이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복식’의 집례자로 나서 꽃잎을 뿌리거나 축복기도를 올렸다. 이후 교단 내부에서는 이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이 교단 헌법을 위배한 것이라는 고발이 제기됐다.
이 목사를 조사한 기감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성소수자 축복이 교단 헌법인 ‘교리와 장정’이 잘못으로 정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2020년 10월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에 대해 정직 2년 처분을 내렸다. 이는 정직 징계 중에 가장 무거운 수위에 해당한다. 약 700만원의 재판비용도 이 목사가 부담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