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이어 창구단일화 폐지 요구…산업계 '무한 교섭' 공포
by이배운 기자
2026.07.01 14:04:08
금속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압박
소수 노조도 '독자적 교섭권' 요구하나
협상난립, 상시파업 등 혼란 확산 우려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복수노조 사업장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1만 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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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거세진 가운데, 교섭창구 단일화마저 폐지될 경우 기업들이 다수의 노조를 상대로 사실상 ‘연중 교섭’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하나의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 존재할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사용자와 교섭하도록 하는 제도다. 교섭을 요구한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대표노조를 정하고 합의하지 못하면 전체 교섭 참여 조합원의 과반수를 확보한 노조가 대표권을 갖는다.
이 제도는 여러 노조가 사용자와 각각 교섭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단체협약 충돌, 노조 간 경쟁, 반복적인 쟁의행위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교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제도가 소수노조를 교섭에서 배제하는 근거가 돼 교섭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폐기 요구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교섭 대상과 참여 노조가 확대되면서 폐기론도 재점화 된 것이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를 전면 폐기할 경우 교섭 현장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기업 한 곳을 둘러싸고 다수의 정규직·하청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모두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하게 되면 기업은 각 노조와 임금, 근로시간, 인력 운영, 산업안전 문제 등을 개별적으로 협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별로 교섭 시기마저 달라질 경우 기업은 사실상 일 년 내내 교섭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노조가 서로 다른 시기에 쟁의 절차에 돌입하는 ‘상시 파업’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별 단체협약이 난립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소속 노조에 따라 임금, 수당, 복리후생, 근무제도가 달라지면 근로자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자동화 설비 도입이나 인력 재배치처럼 여러 직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도 각 노조가 별도의 요구를 제기하면 협약 내용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으로서는 어느 노조와의 합의를 기준으로 경영상 결정을 확정해야 하는지 불확실성이 커지는 셈이다.
소수노조 차별을 막기 위한 현행 제도상 장치가 이미 존재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는 소수노조나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 근로조건, 고용형태 등이 현격하게 다른 경우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별도로 분리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동의하면 창구 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각 노조와 개별교섭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폐기하기보단 공정대표의무의 실효성을 높이고 직군별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교섭 현장의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또 다른 안전판까지 한꺼번에 제거하면 노사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