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명철 기자
2018.05.02 17:39:06
상장 당시 규정 변경…회계처리 변경 없어도 상장 가능
분식회계 고의성 드러날 경우 상장실질심사 오를 수도
증선위 검찰 고발 조치 시 거래정지…제재 수위 관건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2016년 국내 증시에 무난히 상장할 수 있었을까.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는 규정 변경 덕분에 무리가 없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회사의 ‘고의적인’ 회계처리 위반 사실이 확인된다면 거래 중지,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까지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원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던 기업이다. 기업공개(IPO) 대어를 국내 증시에 유치하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구애가 이어졌고, 거래소는 급기야 적자기업이라도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자본총액 2000억원 이상이라면 상장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삼성바이오를 위한 규정 변경이 특혜였는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당시 회사가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바뀐 규정에서도 상장할 수 있었는가가 시장이 갖고 있는 의혹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회계처리를 바꾸지 않았더라도 상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계산이다. 2015년 지분 가치 없이 2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고 해도 2014년말 자본총액이 6300억원이니 자본은 4000억원이 넘는다. 또 삼성바이오는 2011년 설립 후 2015년 말까지 누적된 주주 유상증자 금액이 1조2000억원으로 자본이 충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본총액은 상장 필요조건일 뿐 특혜가 없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측은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변경하지 않았을 때 21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 누적결손금 5000억원을 다 털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상장심사 과정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바이오의 상장 특혜가 사실이 아니고 상장 자체에도 무리가 없었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우려는 남아있다. 최악의 경우 상장 유지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우려를 반영하면서 이날 삼성바이오 주가는 전일대비 17% 이상 급락했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회계처리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선위에서 검찰 고발·통보 등의 조치가 나올 경우 상장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 상장 특혜와 관련해 위탁감리조사를 벌였던 한국공인회계사회 고위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에도 합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한 콜옵션 등을 회계처리하도록 돼있고 회사 소명도 있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분류한 것 자체가 분식회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당시 감사인과 지정감사인은 물론 금융당국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렸던 사안으로 이번 이슈가 다시 불거진 이유는 새로운 혐의점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를 보면 국내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관련 시행세칙에 따르면 전·현직 임원을 포함한 상장사가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금융위나 증선위의 검찰 고발·통보 조치를 의결했을 때가 대상으로 위반금액은 자기자본의 2.5% 이상인 경우다. 삼성에피스 회계처리를 통해 회사가 얻은 지분 가치가 2조원 이상으로 당시 자본을 크게 웃돈다.
회사측은 고의로 회계를 조작해야 할 동기가 없으며 이번 회계처리를 통해 얻은 실익도 없다고 항변하지만 결국 증선위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선위 검찰 고발 조치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는 바로 거래정지가 되고 과징금 처분이 나오면 금액에 따라 향후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변수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다.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49.9%를 보유하게 되면 삼성바이오 상장 당시 예측이 틀리지 않은 것이 되고 의도적인 회계처리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를 앞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삼성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측은 6월 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며 “콜옵션 행사에 따라 회계 처리 문제는 다소 해소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