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AZ 백신 접종에 유럽은 대혼란…험난한 집단면역
by이정훈 기자
2021.04.01 21:31:31
EU 내 12개국 이상서 AZ 백신 부분 접종 중단사태
EMA·WHO "접종 이득 더 크다" 판단에도 불신 가중
오락가락 접종규칙에 "시민들의 혼란은 당연한 일"
"7월14일까지 집단면역" 공언했지만…1차접종 10%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포드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싸고 유럽에서의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접종 규칙이 너무 자주 바뀌고 있는데다 백신 공급 자체도 차질을 빚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로 인해 유럽연합(EU)에서의 집단 면역 형성이 크게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EU 지역 내 많은 시민들은 물론이고 고위 관리들까지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과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접종 후 보고된 일부 혈전 유발 사례로 인해 EU 내에서만 12개국 이상이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중단한 상태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잇달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부작용 보고 사례를 분석해 백신 안전성을 검토한 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따른 위험보다 이득이 더 크다”며 계속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EU에서는 해당 백신에 대한 우려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어 과연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할 지, 계속할 경우 과연 어느 연령층까지 백신을 맞아야할 것인 지를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독일은 총 31건에 이르는 심각한 혈전 유발과 그에 따른 9명의 사망자가 보고된 후 60세 미만 연령에서의 백신 접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앞서 독일에서는 애초에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허용했다가 이후 55세 이하 여성들에게 접종을 중단했었다.
스페인의 경우 지난 31일 65세 이상 필수 근로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55~65세까지 연령대로 제한했고 이제 그 연령대의 의료인력과 경찰관, 교사 등에게로 접종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애초에 65세 이상에게도 접종을 허용치 않다가 추가 임상자료가 나온 지금은 65~74세 고령층에게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 한 트위터 사용자는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둘러싼 당국의 오락가락한 결정들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독일 국민도 “우리 모두가 그 백신이 좋은지, 나쁜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독일 백신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로 접종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2차 접종을 해도 되는지 여부를 이달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영국인은 백신을 둘러싼 접종 방식 변경에 대해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라고 지적하며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생명이 위험에 처해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혼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더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시민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대신에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영국인은 “EU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EU에서의 신속한 백신 접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EU 집행위원회 내부시장 담당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최근 “상징적으로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7월14일까지 유럽 대륙 전체에서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WHO 집계에 따르면 현재 유럽 전체 인구 중 불과 10%만이 백신 1차 접종을 맞았고 2차 접종까지 마친 인구는 4%에 불과하다. 유엔(UN) 보건기구는 “EU 지역에서의 백신 접종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더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