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정치원로 개헌 한목소리…“이재명만 설득하자”
by조용석 기자
2025.03.04 18:20:05
4일 서울대서 국가원로 개헌 대담회
전직 여야 국회의장 "87체제 넘자는 국민요구 절실"
의원내각제·분권형대통령제 제안…선거제 개편은 '한목소리'
원로들 "개헌 후 집권해야 이재명 대표도 좋아" 설득
"개헌 첫 대통령, 3년 임기 후 중임 가능토록 하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여야 정치원로들이 한목소리로 현행 대통령제 개편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추진하자고 촉구했다. 원로들은 개헌논의에 미온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회적 긴장감이 덜한 상태에서 집권하는 것이 (이 대표를 위해서도) 더 낫다”고 권고했다.
4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시아연구소에서 개최한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 대담회에 참석한 원로들은 “지금이 개헌이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 정운찬·김황식(이명박 정부) 및 이낙연·김부겸(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보수-진보 구분 없이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4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정치개혁 대담회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왼쪽부터), 이낙연, 정운찬 전 총리, 김진표 전 국회의장, 강원택 국가미래전략원장, 정세균 전 총리, 박병석 전 국회의장, 김황식, 김부겸 전 총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 있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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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의장은 “좋은 정치를 보장하는 헌법은 없다.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개헌을 통해 정치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어렵더라도 시도하는 것이 당연하다. 실패해도 또 도전해야 한다”고 개헌을 촉구했다.
이어 “계엄·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 양극화의 심각성을 체감했다. 개헌의 차원으로 보면 최적기가 될 수 있다”며 “정치복원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해득실을 따져 계산할 일도 아니다. 개헌을 통한 정치복원에 지혜를 모으자”고 촉구했다.
김진표 전 의장 역시 “개헌을 통해서 대화와 타협의 협치를 제도화하는 각론적인 수단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앞서 7~8명의 의장이 개헌 토론, 여론조사, 조문화 작업도 다 해놨기에 여야가 진정성 있게 만나면 일주일만 서로 토론하면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다”고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원로인 정의화 전 의장은 서면을 통해 “1987년 헌법체제를 넘어야 한다는 국민적인 요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이런 정치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뜻을 하나로 통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국민의힘 원로인 김형오 전 의장 역시 “장기 집권과 독재를 종식시킨 87년 체제가 사명을 다했음에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유혹에 빠진 대통령들과 일부 측근에 의해 역대 대통령 모두가 불행해지고 나라와 국민도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4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정치개혁 대담회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에 정운찬 전 총리(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김부겸 전 총리, 유홍림 서울대 총장, 박병석,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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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에 참석한 원로들은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의 개헌을 제언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우리나라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자면 대통령제를 폐지하여 내각제를 채택해야 한다”며 “아울러 양당제 대신 다당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당제에서는 제1당이 돼도 단독으로 안정적인 내각을 구성하기는 힘들기에 제1당은 2~3개의 작은 당과 연립해서 조각할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지금의 한국처럼 두 당이 죽기 살기로 서로 물고 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전 총리 역시 “의원내각제가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을 더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의원 내각제에 대한 국민 비선호도를 고려해 분권형 대통령제 및 4년 중임제 도입을 제안했다. 정 회장은 “분권형 대통령제는 책임총리제, 양원제(상원-하원), 지방분권 강화 등을 통해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특히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소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만 선출하는 방식으로 사표가 많다.
김황식 전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양당의 전체 득표수 차이는 6% 미만인데 의석수로는 70석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납득을 하기 어렵다”며 “권력 구조와 함께 선거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대담회에서는 개헌 논의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도 많았다. 여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으나 이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이 대표를 겨냥 “그분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개헌을 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 분열로 인한 사회적 긴장 상태에서 제왕적 권력을 받는 것이 행복한가. 오히려 사회적 긴장감(텐션)을 약화시키고 권한을 조금 더 내려놓더라도 긴장이 덜한 상태에서 집권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철 회장은 “(개헌은)딱 한 사람만 설득하면 된다. 이 대표가 설득되면 오늘 토론회를 할 필요도 없다”고도 말했다.
민주당 출신 박병석 전 의장은 사실상 이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3년+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개헌 후 첫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하되 재평가를 받아 중임이 가능토록 하자는 얘기다.
박 전 의장은 “많은 후보들이 개헌 제안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제일 앞서가고 있는 후보와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당이 입장을 유보하거나 반대할 경우에는 사실상 개헌이 어렵다”며 “첫 번째 임기에는 3년만 해서 개헌을 완성하되 중임의 길을 터주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