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노조법, 결사 자유원칙 위배"…한-EU FTA 전문가 패널 판단

by한광범 기자
2021.01.25 19:00:00

''한국, FTA 노동조항 준수 안해'' EU 요청에 ''결론''
근로자 개념·노동조합 결격사유 조항 보완 권고
정부 "2월 국회서 ILO 3개 핵심비준안 처리 최선"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 처리지연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이 소집한 전문가 패널이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이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가 패널은 지난 20일 우리정부와 EU에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EU는 2019년 7월 우리나라가 한-EU FTA 조항 중 노동·환경 분야에서 준수해야 할 국제 규범과 국내법 집행 등을 규정한 13장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

EU는 우리나라 노동조합법 일부 조항이 ‘ILO 기본권 선언을 존중하고 실현하도록 약속한 협정문 조항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ILO 핵심협약의 국회 비준 지연에 대해서도 ‘비준을 위해 지속 노력한다’는 조항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패널은 이와 관련해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규정한 2조 1호와 노조 결격사유를 규정한 2조 4호 라목을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노조법 2조 1항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법 2조 4호의 라목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대해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패널은 자영업자, 해고자, 실직자 등 모든 근로자가 기업 또는 초기업 단위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패널 보고서엔 지난해 11월 25일을 기준으로 반영돼 지난달 노조법 개정이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달 노조법을 개정해 2호 4호 라목을 삭제해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패널은 아울러 노조 임원을 조합원 중에 선출해야 한다는 노조법 23조 1항을 삭제해 노조가 임원을 자유롭게 선출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이 조항 역시 지난해 국회에서 개정돼 기업별 노조 임원에 한해서만 조합원 중 선출하도록 했다.

한국과 EU의 의견이 대립했던 노조설립신고제도에 대해선 협정문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FTA 협정문에 따라 설치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추가적 논의를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패널은 한-EU FTA 조항 중‘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에 대해 “비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며 우리나라가 협정문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패널이 13장을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판단하고 권고한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면서도 “패널 판단을 존중하며 이행을 위해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외교부와 협력해 2월 국회에서 3개의 ILO 비준동의안이 국회 외통위를 통과해서 본회의 의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