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달라진 바닥지형…1당 독식 무너지는 TK·호남

by조용석 기자
2018.06.14 17:25:29

민주당, ‘박정희 고향’ 구미에서 당선
대구 수성구, 민주당 구의원이 더 많아
호남 기초단체장, 민주당-평화당 공유

경북 구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자(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구·경북(TK)과 호남의 바닥지형 변화다. ‘TK는 자유한국당,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1당 독식 공식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깨졌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지역주의 기반 정당체제의 붕괴가 가속화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13지방선거 최대 이변 중 하나는 경북 구미시장 선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TK보수의 심장’이라는 구미에서 장세용 민주당 후보(40.8%)가 이양호 한국당 후보(38.7%)를 2.1%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시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경북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미는 선거초반만 해도 한국당 이양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분위기였으나 보수표의 분산, 남북정상회담 성공개최 등 민주당의 호재가 겹치면서 이변을 연출했다. 장 당선자는 “1당 독점의 지방권력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염원”이라고 자평했다.

민주당은 구미 외에도 칠곡군수 및 영덕군수 선거에서도 40% 이상을 득표, 경북이 더 이상 넘볼 수 없는 지역이 아님을 입증했다. 또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오중기 민주당 후보도 34.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광역의원에서도 달라진 분위기는 감지된다. 직전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경북지역 광역의원 중 한국당이 52석이었고 민주당은 비례대표로 뽑힌 2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9명의 민주당 광역의원이 당선됐다.



대구에서는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하기 충분했다. 민주당 소속 후보는 대구 북구·수성구·달서구청장 선거에서 모두 40% 이상 득표에 성공, 대구가 더는 한국당의 텃밭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

주목할 지역 중 하나는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대구 수성구다. 수성구는 민주당 소속 구의원 9명이 당선돼 8명에 그친 한국당을 제치고 오히려 구의회 1당이 됐다. 또 대구 중구 구의원의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의 각각 3명씩 의석수가 같다.

호남 역시 기초단체장 선거를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 나눠가지면서 양당구도의 밑그림을 그렸다. 직전 지방선거에서 전남·전북은 모두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또는 무소속 기초단체장만 나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평화당이 기초단체장 5석(전남 3명, 전북 2명)을 확보하는데 성공, 민주당의 독식체제를 깨뜨렸다.

평화당은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독식체제를 허무는데 앞장섰다. 특히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전남·전북을 더해 37석을 확보, 276석을 얻은 민주당에 다소나마 견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TK지역에서 아직 광역단체장은 어렵다고 해도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한국당과 충분히 견줄 수 있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며 “더 이상 TK지역을 한국당이 독식하는 지역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