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종호 기자
2020.07.01 18:00:40
코로나19 사태 따른 경영 불확실성 속 대규모 대졸 공채
반도체·AI 등 미래 핵심 사업 인재 영입에는 직접 나서
이 부회장 "투자와 채용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채용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이후 삼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 상황 속에서도 대규모 채용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 4월 삼성전자·삼성전기(009150)·삼성SDI(006400)·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삼성물산(028260)·호텔신라(008770) 등 17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기업들이 채용을 건너뛰거나 선발 규모를 크게 줄였다. 하지만 삼성은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기존 계획대로 채용을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이 올해 상반기 선발하는 대졸 신입사원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5000여명 규모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채 일정을 한 달 가량 연기해 실시하기는 했지만 채용 규모는 기존 계획을 유지한 것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최악이지만 채용 규모는 기존 계획대로 선발하기로 했다”며 “위기 속에서도 인력 채용은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는 경영 철학을 가진 이 부회장이 직접 그룹의 미래 준비를 위해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8년 3년간 180조원 투자를 통해 4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투자와 채용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2월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창출”이라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 준비를 위해 차세대 신기술 분야에서 투자와 우수 인재 채용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등 차세대 신기술 분야에서 석·박사 우수 인력 1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의 석·박사 채용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500여명의 박사급 인력을 선발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채용과 우수 인재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 핵심 사업 육성하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방침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AI 등 핵심 미래 사업 분야에서는 직접 인재 영입에 나서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세바스찬 승(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전자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했다. 승 소장은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의 글로벌 15개 연구개발(R&D) 센터와 5개국 7개 AI센터의 미래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 연구를 총괄한다.
삼성전자가 AI 분야 최고 전문가인 승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선임한 것은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AI 기술력을 강화하고 관련 사업과 전략을 고도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다. AI는 이 부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고 챙기는 삼성의 미래 사업이다. 승 교수를 사장급인 삼성리서치 소장에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인재 중시 경영 철학에 따라 미래 핵심 사업 등에서 대규모 인재 확보가 이어지는 중”이라며 “특히 이 부회장은 글로벌 핵심 인재 확보에 직접 나서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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