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6.10.27 17:20:45
레임덕 수렁에 미확인 폭로 쏟아져..靑 안이한 대응 도마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파문이 정국을 뒤흔든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예상을 뒤엎고 전격 참석했다. 최씨의 ‘연설문 사전입수’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지난 25일 대국민사과 이후 첫 외부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이를 두고 차질없는 국정운영을 위한 ‘숨 고르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악화된 민심 속에서 파문 수습에 몰두해야 할 대통령이 지방 행사에 간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뒷말도 나온다.
실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은 사실상 레임덕(권력누수) 수렁에 빠진 상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전국 성인유권자 1528명·표본오차 95%·신뢰수준 ±2.5%포인트)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튿날인 지난 26일 지지율은 17.5%에 그쳐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선 대폭적인 인적쇄신 등 강력한 민심수습책 없이는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는 관측까지 제기된 상태다. 신뢰에 금이 갈대로 간 만큼 그 어떤 국면전환용 카드도 대통령의 권위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따라서 청와대 참모진의 판단 미스가 아니냐는 지적이 비등하다. 불상사가 생기진 않았지만 부산의 대학생들이 박 대통령을 향한 ‘하야 촉구’ 기습시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잡혀 있는 일정이었고, ‘지방자치의 날’이라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정 소화를) 강행한 것”이라며 “아무리 상황이 안 좋다고 해도 국정에 손을 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을 직접 향한 각종 의혹이 빗발치는 등 정국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을 청와대 관저로 불러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출연해 줄 것을 직접 요청했고, 이후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해당 기업에 전화를 걸었다는 새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지난해 2월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의 공식 오찬에서 문화·예술 관련 투자를 늘려달라고 당부한 것이 전부”(정연국 대변인)라고 해명했으나 향후 ‘힘 빠진’ 대통령을 향한 파상공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씨가 이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기귀국 불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국민이 큰 충격에 빠져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해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청와대의 반응을 두고도 너무 안이한 대처라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은 물론 성난 민심이 최씨의 조기송환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유체이탈’ 화법으로 ‘남의 일’ 보듯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참모진 개편을 심사숙고 중인 상황인 만큼 참모들도 일이 손에 잡히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