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공무원시험 결과 알려고 정부전산망 침입한 20대男 '집유'
by김보영 기자
2017.02.28 19:02:14
합격자발표 전날 서버 침입해 명단 유포한 혐의로 기소
인사처, 발표전날 명단 미리 올려놔…"허술한 보안관리"
法 "공무원선발 업무 신뢰 추락시켜"
[이데일리 김보영 이슬기 기자] 여자친구의 공무원시험 결과를 미리 알기 위해 정부통합전산센터 데이터베이스에 무단 침입한 뒤 합격자 명단을 온라인에 유포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신영희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학원생 박모(24)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고 28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4일 오후 5시 4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여자친구 집에서 자신의 노트북으로 공무원 공채시험 정보 사이트인 ‘사이버국가고시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자친구가 응시한 ‘2016년도 5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 제2차 시험’ 합격자 명단을 확인한 뒤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정부의 허술한 합격자 명단 관리를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는 애초 박씨가 사이버국가고시센터를 해킹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5일 오전 9시 사이트에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기로 결정하고 명단을 전날인 4일 오후 미리 올려둔 상태였다.
박씨는 사이트에 접속한 뒤 공지사항에 이미 게시된 합격자 명단의 첨부파일 주소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 붙여넣기 했다. 이어 해당 첨부파일의 주소 중 파일숫자 끝 번호를 바꿔 입력하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한 끝에 합격자 명단 서버에 침입해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박씨는 이어 범행 당일 오후 5시 55분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알아낸 합격자 명단을 내려받을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알리는 게시글을 올렸다.
신 판사는 “박씨는 여자친구의 합격 여부를 미리 알고 싶다는 개인적 욕망을 위해 국가정보통신망에 침입했고 나아가 타인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려는 소아병적 생각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주소를 올리기까지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런 무분별한 행위로 큰 혼란이 야기된 데다 공무원 선발 업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 판사는 다만 “박씨가 초범이고 자수했으며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한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