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도 골수검사 가능" 대법 판단에…의료계 반발

by성주원 기자
2024.12.12 18:32:04

대법, A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무죄 취지 파기
"의사 입회 없이도 일반적 지도·감독으로 충분"
의협 "침습적 의료행위, 의사만 할수있어" 반발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간호사의 골수 검사 시행을 두고 “의사가 현장에 상시 입회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2일 서울 소재 A병원이 종양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를 지시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이 사건은 A병원이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종양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 업무를 위임한 것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검사 목적의 골수검사가 의사만이 할 수 있고, 전문간호사의 의료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의사의 현장 입회 여부를 불문하고 간호사가 검사 목적의 골수검사를 직접 수행한다면 진료보조가 아닌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며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결론이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골수 검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 등에 비추어 위험성이 높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 아래 골수 검사에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로 하여금 진료의 보조행위로서 시행하게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골수 검사가 혈액·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한 것이지만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본질적·핵심적인 의료행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또한 “후상 장골극 부위에서 시행되는 경우 환자 간의 해부학적 차이가 크지 않고, 표준화된 골수 검사 지침을 준수한다면 검사자의 재량이 적용될 여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소아 등과 같이 골수 검사 과정에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나 검사 부위의 합병증 발생 여부를 직접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구체적인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의료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든 대법원의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무고한 희생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며 “수많은 잘못된 판결들을 통해 이 나라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킨 핵심적인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골막천자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침습적 의료행위”라며 “전문간호사라 할지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부위의 안정성이나 단순 숙달을 이유로 면허된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10월 대법원의 공개변론을 거쳐 나온 것이다. 당시 변론에서 검찰 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은 “골수 검사는 의사만이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측 참고인인 윤성수 서울대의대 교수는 “골수 검사는 숙련도가 높은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며 “1주일이면 골수 검사를 위한 숙련도가 생긴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