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담금 폐지 쉽게 가려다 발목…영화관·학교용지부담금 벌써 ‘잡음’
by조용석 기자
2024.10.24 18:04:43
부담금 일괄폐지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개별 입법
9개 상임위 모두 설득해야…사실상 일괄 폐지 무산
野 "기재부, 극단적 행정 편의주의와 국회 무시" 반발
정부 "상임위 설득 더욱 노력…野 협조도 기대"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18개 부담금 일괄 폐지를 추진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기금 관련 법률안을 통합 심의하려던 시도가 국회에서 막혔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도 30조원 이상의 세수펑크 상황에서 300억원 규모의 영화관 부담금 폐지를 두고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해 “지난 20년 동안 부담금을 11개 줄이는 데 그쳤는데, 이번에는 한 번에 18개의 부담금을 폐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영화 티켓에 약 500원 정도 부가되는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및 학교용지 부담금은 정부가 폐지를 약속한 대표적인 부담금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18개 부담금 연내 폐지를 위해 일종의 편법을 썼다. 18개 부담금에 따라 근거법이 다르고 이에 따른 소관 상임위도 나뉘지만 이를 기재위에서 통합심사하기 위해 ‘부담금 일괄 정비를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형태로 추진했다. 또 부담금 폐지 관련 통합 법률이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부담금 폐지에 다른 세입 감소분을 반영해 내년 예산을 짰다. 세입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논의에 상관없이 11월30일 이후에는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다만 정부의 시도는 국회 입법제출 과정에서 무산됐다. 법안을 접수하는 의사국에서 18개 부담금 관련 법안을 상임위 구분 없이 기재위에 통합 심사할 경우, 국회 심의권이 침해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야당 역시 지난 6월 정책현안보고를 통해 “기재부의 극단적 행정 편의주의 입장에서 입법권을 갖는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국회 의사국의 의견을 수용, 일괄법률 형태가 아닌 개별 입법 형태로 바꿔 정부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18개 부담금 폐지와 관련된 21개 법안은 기재위를 포함 모두 9개 상임위에서 각각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중 1개의 상임위라도 의결을 거부할 경우 윤 대통령이 약속한 ‘18개 부담금 일괄폐지’는 무산되는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에 따라 각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18개 부담금이 일괄 폐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괄법률 형태가 깨지면서 이를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처리하는 것도 더욱 어려워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부담금 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18개 부담금 폐지 시기를 내년 1월로 기재했다. 이는 일괄법률이 세입부수법안으로 지정,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는 것을 전제로 전망한 시기다.
|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매표기계.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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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부과금 폐지 등에 대해서는 국회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뚜렷하다. 김원모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영화관 부과금 폐지로 영화발전기금 수입을 일반회계로 의존하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원 조달이 불확실해진다”며 “영화관 부과금 없이도 영화발전기금의 조성 및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예상 세입은 약 294억원이다.
교육감들 역시 학교용지 부담금 폐지에 반발하고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은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학교용지를 새로 확보하거나 인근 학교를 증축하기 위해 지자체장이 사업자에게 징수하는 돈으로, 폐지 시 내년 약 3598억원의 지방교육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5월 총회를 열고 “안정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보를 위협하는 부담금 폐지 정책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발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일괄 법률안을 수용하지 않아 개별 법률안 형태로 제출하게 됐다”며 “모든 부처가 함께 부담금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각각 상임위 설득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담금 폐지는 국민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많기에 야당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