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사망 151명으로 늘어…일부 시신 수습 어려울 듯

by문승관 기자
2025.12.01 20:42:14

홍콩 당국 “비계 덮은 안전망 방염 기준 미달 제품 사용했다”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사망자가 151명으로 늘었다. 홍콩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수 공사 과정에서 사용한 대나무 비계(고층 건설 현장의 임시 구조물) 안전망 상당수가 방염 기준에 미달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 화마의 흔적이 남아 있다.(사진=연합뉴스)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 기준 공식 사망자는 151명으로 집계됐다”며 “수십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 희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색 작업 도중 복도와 계단, 옥상 등에서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며 “다만 화재 사고임을 고려하면 일부 실종자는 시신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은 최소 30명 이상 실종 상태라고 했다. 홍콩 당국은 이날까지 과실치사 혐의로 13명을 체포하고 추가 입건 가능성도 열어뒀다. 조사 결과 대나무 비계(고층 건설 현장의 임시 구조물)에 쓰인 그물망은 방염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에릭 찬 홍콩 정무부총리는 “왕 푹 코트 비계에서 채취한 안전망 샘플 20개 중 7개가 방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업체가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 외곽 고지대 등 곳에 기준 미달 자재를 사용하면서 당국의 적발을 피했다”며 “시공업체가 감시를 피해 저가의 비규격 제품을 교묘히 섞어 사용한 정황이 확인된다. 아주 작은 이익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해당 업체가 지난 7월 태풍 피해 이후 일부 안전망을 방염 기능이 없는 값싼 제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부 장관도 “불이 꺼진 뒤 접근 가능해진 구역에서 추가 샘플을 확보했고 기준 미달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홍콩 노동부도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비계와 그물망이 위험하다”고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현장 점검에서도 여러 차례 화재 안전 규정 준수 경고를 했던 사실도 발표했다.

이번 참사로 최소 수천 명이 거주지를 잃었으며 생존자를 위한 기부금은 이날 기준 약 9억 홍콩달러(약 1700억원)에 달했다. 홍콩 당국은 모든 공식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고 이날까지 사흘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가진다. 수천 명의 사람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으며 애도 행렬은 1㎞ 넘게 이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추모 집회는 이번 주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