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직접 나온 `박사방` 조주빈 "제작·유포외 성폭행·강요 없었다"

by남궁민관 기자
2020.04.29 17:35:18

첫 공판준비기일서 강제추행 등 일부 혐의 부인
공범 강모씨, 범단죄 의식한 듯 `공모` 부인
檢, `부따` 등 주거지 압색…범단죄 증거 확보 나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성(性) 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첫 공판준비기일에 법정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입증 계획을 짜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그러나 조주빈과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전직 공익근무요원 강모(24)씨는 법정에 출석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태평양` 이모(16)군은 나오지 않았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이현우)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주빈은 음란물 제작·유포 등 주요 혐의 관련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제추행, 강요, 유사성행위 및 강간 미수 혐의 등 일부 혐의는 부인했다. 박사방을 운영한 것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성폭행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조주빈 측은 텔레그램 단체방 중 유료회원은 수십명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피해자 측의 요청에 따라 일정 부분만 공개로 진행돼 조주빈의 구체적인 공소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공소사실 관련 조주빈 측 의견에 비춰 직접적으로 성폭행에 가담하거나 강요 혐의 등은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재판 의사 여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조주빈과 강씨, 이군 측 변호인 모두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게 된 강씨 역시 대부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조주빈과의 공모 관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씨 측은 “스폰서 광고를 모집하는 글을 게재해 피해를 입게 한 결과에 대해 일정 역할을 한 셈이라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영상물 제작을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주빈과 공범들을 `유기적 결합체`라고 규정하고 범죄단체조직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강씨 측은 “범단죄 적용 여부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면서 검찰 측에 강씨의 역할분담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향후 조주빈 등의 재판을 일부 비공개로 진행키로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에서 재판 전체를 비공개로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민들 관심이 높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일부 절차만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14일 공판준기비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5월 28일부터 정식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이날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부따` 강훈(18·구속)과 장모(40)·김모(32)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할 목적으로 범죄집단을 조직 및 가입, 활동한 혐의 등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검찰은 압수물을 토대로 강군 등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할 목적으로 범죄집단을 조직해 활동했는지 검토한 뒤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