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선수단·응원단 평창 오라"…北 "태권도 시범단·예술단도 가겠다"

by김관용 기자
2018.01.09 21:33:50

우리 측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요청에
北 "예술단·참관단·태권도시범단도 파견" 화답
北, 사상 최대 규모 방문단 꾸릴듯
파견단 이끌 수장, 거물급 인사 참여 관심

[판문점 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준비 과정이 속전속결로 추진됐듯 일사천리로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에 뜻이 모아졌다. 특히 북한이 대표단과 선수단 뿐 아니라 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 시범단·기자단까지 파견하겠다고 밝혀 사상 최대 규모의 방문단이 남쪽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이 단절된 지 2년 만에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마주앉은 남과 북은 별다른 기싸움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전체회의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사실상 합의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5년 12월 남북당국회담이 이틀간 마라톤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렇다 할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9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함께 우리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북측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가능한한 많은 대표단을 파견할 것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며 “공동입장과 공동응원, 예술단 파견 등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선수단·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 시범단·기자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천 차관은 이날 회담 분위기를 전하면서 “전반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북측도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담 시작 전부터 북한의 이같은 의지가 엿보였다. 리선권 북측 수석대표는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고위급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또 기대도 큰 만큼 우리 측에서는 전체(회의) 공개를 해서 이 실황이 온 민족에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뜻밖의 제안을 했다. 또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떻냐”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취재진에게 “남북회담이 잘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측이 평창 올림픽에 대규모 방문단을 보내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 규모에 관심이 모아진다.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북한 선수는 피겨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뿐이다. 와일드카드를 고려하더라도 10명 미만의 ‘미니 선수단’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은 예술단·참관단·태권도 시범단 등까지 파견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과거 대표단·선수단·응원단을 내려보낸 적은 있지만, 이들을 파견하는 건 처음이다.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지난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에 북한은 선수단 362명과 응원단 288명 등 총 650명을 보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도 선수단 221명과 응원단 306명 등 527명을 파견했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는 북한이 선수단 20명과 응원단 124명 등 총 144명을 보냈다. 당시 이 대회 응원단에는 현재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가 포함됐다.

또한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 파견 입장을 밝히면서 수장이 누가될지도 관심이다. 북한 2인자로 떠오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부위원장은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이던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깜짝 방남한바 있다.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재임 시절인 2016년에는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참석했다.

북한의 대남 총책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북한의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대표단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최근 최룡해로부터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자리를 넘겨받은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표단 수장으로 올 수도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도 대표단장이 아닌 대표단이나 참관단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