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전체 뒤흔든 포항 5.4규모 지진에 수능마저 연기
by박철근 기자
2017.11.15 20:51:41
작년 경주 지진 이어 역대 두번째 규모
지진신고접수 8200건·부상자 14명·건물 훼손 등 피해 발생
포항 수능 시험장 훼손 심각…교육부, 수능 23일로 연기
경주 때보다 지진발생 깊이 얕아 지진 체감 훨씬 더 커
| 15일 경북 포항시에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 외벽이 무너져 내려 차량이 파손돼 있다. 주민 50여명이 긴급대피했다.(사진=뉴스1) |
|
[이데일리 박철근 한정선 송이라 이재 최훈길 기자] 경북 포항에서 5.4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이다. 16일 ‘2018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게 될 포항지역 고사장이 심각하게 파손되면서 정부는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해 23일에 실시키로 했다.
15일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의 깊이 9㎞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남한 전체가 흔들렸다. 규모는 지난해 경주지진보다 작았지만 경주 지진 발생지점(15㎞)보다 얕아 체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지진으로 포항지역 일대 건물의 유리창이 부서지고 지역 상수도관 40여곳이 파손되는 등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이날 기상청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깊이 9㎞의 다소 깊지 않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 남한 전체가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이번 지진이 발생한 포항과의 거리는 약 43㎞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한 단층은 양산단층이며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은 양산단층의 부근에 위치한 장사단층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의 상관관계는 정밀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주 지진의 경우 이번달까지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오늘 발생한 포항 지진도 여진이 수개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 지진의 여진은 지난 9일까지 총 640회 지속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시29분께 발생한 본진을 포함해 4시49분까지 총 10차례의 지진이 감지됐다.
행안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인명피해(이하 오후 7시 기준) 중상자 1명과 경상자 13명 등 총 14명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과 대구에서도 각각 1명씩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진 신고는 경북 2458건·서울 1253건 등을 포함해 8225건이 접수됐다.
안영규 행안부 재난관리정책관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지난해 경주지진보다 깊이가 낮아 인명피해는 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중대본 1단계는 규모 5.0 지진이 일어날 때 가동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상황관리관 6명을 현지에 긴급 파견했으며 중대본부장인 김부겸 행안부 장관도 지진소식을 접한 이후 관계부처·지자체에 피해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한 후 오후 4시30분께 현지로 내려갔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8시 20분께 긴급 브리핑을 열고 16일 실시 예정이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해 23일에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포항지역 14개 수능 시험장에 대한 전수점검 결과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 다수 시험장 건물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균열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항쪽에서 수능시험 연기를 요청했고 학생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 시행의 공정성·형평성을 종합 고려해 수능을 1주일 연기한 23일 시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능 연기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그해 수능이 11월 17일에서 23일로 늦춰줬다.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문에 11월 11일에서 18일로 수능이 연기했다.
규모 5.4 지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와 방사물폐기시설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전국의 모든 원전과 발전소는 지진으로 인한 영향 없이 안전하게 운전 중”이라며 “설비 고장 및 방사선 누출 또한 없다”고 밝혔다. 경주 방폐장을 운영 중인 원자력 환경공단도 “방폐장이 이상 없이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단은 C급 비상을 발령해 안전 관리를 강화했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에 재학중인 염상규(24·남)씨는 “재난문자를 받기 직전부터 지진을 느겼다”며 “흔들흔들 하는 정도였는데 재난문자 직후 ‘쾅’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선반 위의 TV와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진동이 멎은 후 바로 집밖으로 대피했다.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다른 사람들도 대피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포항에 사는 김모씨는 “지진이 감지되자마자 건물 밖으로 나와 대피했다”며 “전화도 15분 넘게 불통상태가 이어지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포항지역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는 등 상황에 대응했다. 포항의 한 교사는 “지난해부터 지진이 잦아서 아이들을 빠르게 운동장으로 대피시켰다”면서도 “우는 학생도 있고 여진이 이어져 어지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지진은 포항과 인접한 부산과 경남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감지됐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이모씨는 “소파에 누워있는데 몸이 흔들리는걸 느꼈다”며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도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모니터가 앞뒤로 움직였다”며 “지난번 경주 지진때보다 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