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AI·딥테크가 만든다…벤처 생태계 "3차 빅사이클 초입"
by송재민 기자
2025.12.02 18:05:05
AI 확산 속 산업축 재편 가속
조정기 후 뚜렷한 회복 시그널
“1·2차보다 산업 지형 바꾸는 흐름 될 것”
출자 높낮이 등 구조 변수 여전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세 번째 큰 파도가 온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AI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전반의 성장 축이 재편되는 가운데,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1차(닷컴·인터넷), 2차(모바일·플랫폼)에 이어 ‘3차 대형 사이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 |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 현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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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AI·딥테크·콘텐츠·서비스가 한 축으로 묶이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VC) 대표는 “2022~2023년의 긴 조정기를 지나면서 시장의 바닥 확인이 끝났고, 글로벌에서도 2009~2021년처럼 길게 이어지는 상승 국면의 초입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사이클은 1·2차보다 산업 지형 자체를 크게 뒤흔드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도 ‘AI 중심 산업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업계 기대를 키우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초 'AI·딥테크 유니콘 대거 육성'을 천명하며 민간 출자 확대와 지역 단위 AI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조정기 이후 처음 보이는 뚜렷한 회복 시그널로 보고 있다.
벤처업계가 말하는 ‘1차 벤처붐’은 IMF 외환위기 전후 인터넷 기업의 급성장 시기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모바일·스마트폰 생태계를 기반으로 카카오·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며 ‘2차 벤처붐’이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AI 대전환 흐름이 이 두 시기를 잇는 ‘세 번째 대형 사이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한국은 콘텐츠·게임·모바일 서비스 역량이 강한 데다 엔지니어 인력과 어느 정도의 기술 자본도 확보돼 있다”며 “유럽·일본보다 AI 기반 신흥 강자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일선 스타트업 현장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초기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다음 네이버·카카오급 기업이 다시 태어날 시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 기반 솔루션, AI 콘텐츠 제작, 스마트제조 AI(AX) 등 신사업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VC의 옛 투자 포트폴리오와 확연히 다른 그림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변수로 출자 구조의 ‘높낮이’를 지목한다. 금융당국·연기금의 출자 기조가 경기 변동에 따라 “풀었다 줄였다”를 반복하면서, 중장기 펀드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자금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운용사(GP)가 장기 전략을 짤 수 있는데, 지금처럼 정책 신호가 출렁이면 상승 사이클 전체를 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전환기를 ‘지난 20년 중 가장 큰 구조적 변화의 초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선 VC 관계자는 “AI 전환은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재편”이라며 “여러 조각이 동시에 맞아떨어지고 있어, 한국 벤처 생태계가 다시 한 번 도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