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왕따 작전으로 이란 돈 줄 옥죄는 美…호르무즈 더 옥죄는 이란
by김윤지 기자
2026.08.25 18:10:48
[미·이란, 경제전쟁으로 전환]
디지털 자산·미사일 기술 원천 차단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2차 제재도
이란 "2개년 위기극복 계획 수립"
한국 선박 등 통항 규정위반도 공개
식품 물가 128% 급등, 리알화 급락
이란 경제 한계…美압박 통할지 주목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이 이란의 금융·에너지·해운망을 전방위로 옥죄는 대규모 경제 제재에 착수했다. 이란은 수년간 미국의 제재를 견뎌온 만큼 당장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생산·교역 차질에 더해 미국의 ‘2차 제재’까지 겹치면서 이미 취약해진 이란 경제가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 C 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려 기자들을 꼽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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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 수송하는 중개회사도 포함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이른바 ‘경제적 왕따 작전’을 발표하며 이란의 국제 금융 연결망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의 전 세계 금융 연결망을 상대로 경제적 공세를 시작한다”며 “이란이 홀로 설 때까지 폭압적인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핵심은 이란과 직접 거래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까지 제재하는 2차 제재다.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기술 확보와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 등을 지원한다고 판단한 60여개 단체·개인·선박을 추가 제재했다.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을 지원해온 중개회사 네트워크도 대상에 포함됐다. 2차 제재의 위력은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이 미국 금융시장 접근권을 잃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과 거래할지 이란과 거래할지를 선택하도록 해 이란의 우회 거래망 자체를 약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란이 중국이나 주변국 등을 통해 제재를 피해온 기존 전략에도 부담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란 협상단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거창한 허풍’이라 비난하면서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추가 2차 제재를 가할 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예드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재정부 장관도 “우리는 미국의 제재에 완전히 대비했다”며 “이란 정부가 2개년 경제 위기 극복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란은 제재가 강화할 때마다 제3국 중개업체와 비공식 금융망, 암시장 등을 활용해 원유를 판매하고 필요한 물자를 조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전쟁과 제재가 동시에 경제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하면 원유 수출뿐 아니라 식량·연료·의약품·산업용 원자재 수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독일 필립스 마르부르크대의 모하마드 레자 파르자네간 교수는 “대체 시장과 결제수단을 찾더라도 해상봉쇄가 길어지면 주요 생필품과 외환 부족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걸프국 에너지 시설 공격 가능성도이란의 맞대응도 변수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더욱 어렵게 만들거나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사이버 공격 등 비대칭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규정을 위반한 유조선 45척의 명단을 공개하고 벌금과 억류, 화물 압수 가능성을 경고했다. 여기에는 한국 장금상선 소유 선박 5척도 포함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면 국제 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가 동시에 뛰면서 글로벌 물가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란 국민들의 구매력이 이미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66%에 달했고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87.9% 올랐다. 특히 식품 물가는 128%나 급등했다.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약 60% 인상했지만 리알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최저임금은 3월 말 105달러에서 최근 86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고물가는 소비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테헤란에서는 과거 가구나 가전제품에 주로 활용하던 무이자 할부나 선구매 후지불(BNPL)이 식품 등 생필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워싱턴 퀸시연구소의 하디 카할자데 연구원은 “취약계층과 빈곤층이 이미 이란 전체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할 것으로 추산한다”며 “식품과 일상적인 생필품을 할부로 산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거시경제 문제를 넘어 일상생활의 구조 속으로 들어왔다는 신호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6.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빠른 위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