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별세]"CEO는 지휘자"..책임·고객 중시 경영
by임현영 기자
2019.04.08 20:07:50
대한항공 키운 시스템 경영
비서 없이 세계 누비며 현장점검
국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창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한 가운데 그의 경영철학 ‘시스템 경영론’이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스템 경영론을 주창해 왔다. 최고경영자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가게끔 전체적인 설계를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항공업 역시 비행기 조종에서부터 정비·음식·재무·서비스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봤다. 항공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소수의 관리자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한다는 소신이 담긴 셈이다.
조 회장은 누구보다 현장을 강조했다. 수송업의 최대 목표인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만큼 늘 현장을 챙기는 최고경영자였다. 마찬가지로 현장은 고객과 최전선에서 만나는 곳이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이 최고의 항공사를 평가 받는 길이라고 보고 고객중심 경영에 중점을 뒀다.
직접 현장을 둘러보는 일도 잊지 않았다. 특히 수행비서없이 출장을 다니며 세계 각지의 서비스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안전에 저해되는 요소가 없는지 면밀히 살피는 동시에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의견을 귀담아 지시에 반영했다.
확고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대한항공을 세계적 수준의 항공사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작년에는 14년 연속 글로벌고객만족도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경영협회가 주관한 ‘글로벌고객만족도(GCSI)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편리한 노선망·고품격 서비스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항공여객운송서비스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국제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한 것도 조 회장이다. 2000년대 항공업계 흐름에 맞춘 행보였다. 그는 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을 스카이팀 회원사로 영입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으며, 신규 스카이팀 회원사들을 위해 업무 표준화와 기술 자문을 통해 스카이팀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 항공정책을 결정해 ‘항공업계의 UN’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으며 발언권을 높여왔다. 조 회장은 IATA의 핵심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으로서 IATA의 주요 전략과 세부 정책방향 등을 주도했다. 이런 노력으로 올해 IATA 연차총회를 사상 최초로 서울에서 열게 됐다.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도 남달랐다. 이는 국가적인 이벤트였던 동계올림픽 개최로 이어졌다. 조 회장은 지난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1년 10개월간 총력을 기울인 끝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