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만원 얽매일 필요 없다"…文, 최저임금 속도조절 시사
by이진철 기자
2019.05.09 23:24:54
취임 2주년 '대통령에게 묻는다' 특별대담
주52시간 안착’ 낙관.. 이해관계자 충돌 조율 관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격차 해소 등 긍정 효과 강조
“2분기부터 경제 좋아질 것”.. 공공일자리 확대 지속
|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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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진철 최훈길 김소연 조해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 밖에 있는 자영업자와 가장 아래층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송구스럽다”고 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이 부작용을 인지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등 핵심 경제정책에 대한 궤도수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특집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1분위와 5분위 노동자 임금 격차가 역대 최저로 줄어들고 임금 노동자 가구 소득도 크게 높아져 긍정적인 효과는 뚜렷하다”면서 “하지만 자영업자나 아래층 노동자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못한 것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에 의해 먼저 시행되고 자영업자 대책이나 근로장려세제(EITC) 등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해 시차가 생기게 되는 부분이 정부로서 송구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이었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를 골자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하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은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날 예정대로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이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년에 걸쳐 꽤 가파르게 인상해 부담을 주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점을 고려해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특집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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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결정 제도의 이원화를 거쳐 결정하도록 법 개정안을 냈는데 국회서 처리가 안돼 아쉽다”면서 “현행 제도로 가도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취지를 존중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진정성과 달리 부작용이 발생시킨 점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라며 “결국에는 일종의 작전상 후퇴라는 큰 틀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국민에게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선 “과거 주 5일제에 대해 많은 걱정에도 잘 안착된 것처럼 그렇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내년에 50인 이상이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데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충분한 계도 기간을 두면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각 지역 버스 노조가 오는 15일 총파업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선 “경기도 시외버스 경우 주 52시간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주52시간제를 하려면 새로운 버스 기사들의 채용이 필요하고 요금 인상도 필요하기 때문에 고충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대통령이 구조적인 문제나 경제 제도적 변화에 따른 최근의 경제현상에 대한 판단을 잘 하고 계신다”면서도 “최저임금, 주52시간제가 잘 정착되려면 정부가 이해관계자 충돌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현장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시간이 줄어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에 대한 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더뎌져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짚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3%로 역성장한 것에 대해선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2분기부터는 상황이 좋아져 하반기에는 우리 잠재성장률 해당하는 2% 중후반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행스럽게도 3월에는 저성장 원인이었던 수출과 투자 부진이 서서히 회복되고 좋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에 대해선 “지난 2~3월 청년 고용률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져 고용상황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언급도 했다. 그러면서 “조선과 자동차를 주력으로 하는 제조업이 세계 경제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조업 혁신과 고도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산업을 성장시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벤처를 크게 늘리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소방과 경찰이 아직 부족한 만큼 사회 서비스 분야를 통해서도 일자리를 더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공공 일자리 확대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최근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만난 것에 대해선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가 되나”면서 “경제에 도움되는 일이면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누구든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회복하려면 앞으로 노동 비용이 급격히 오르는 등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장 경직적 시행에 대해 어떻게 수정할지가 큰 과제”라며 “경제정책 수정에 기초해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이루기 위한 제도적 접근을 해야 기업들이 투자·고용에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