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언감생심…정부가 조치해달라” 불안한 출퇴근자들
by박순엽 기자
2020.08.31 17:01:46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출근하는 직장인은 ‘불안’
“심각한 상황이라며 재택근무 왜 안 하나” 불만 나와
점심시간 카페엔 직장인 몰려…“재택근무 강제” 요구
[이데일리 박순엽 공지유 기자] “외출을 최대한 줄이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라는데, 출근길에 오르면 단 하나도 못 지켜요.”
서울 구로구의 한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정모(32)씨는 매일 출근길에 나설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사람들로 빼곡한 지하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하철에 오를 때마다 마스크를 고쳐 쓰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정씨는 “재택근무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회사와 이를 두고만 보는 정부 모두에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 수도권에서 강화된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후 첫 월요일인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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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내렸지만, 재택근무 대상이 아닌 직장인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길에 오른다. 이들은 방역 당국의 지침과 달리 매일 집과 회사를 대중교통으로 오가며 수많은 이들과 접촉한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앞서 방역 당국은 지난 28일 정부와 공공기관에 전 인원의 3분의 1 이상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했지만, 민간 기업엔 이와 유사한 수준의 재택근무를 권고만 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일부 대기업은 최근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나섰으나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정상 출근’한 직장인들은 출근길에 오르는 순간부터 위협을 느낀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회사에 다니는 최모(27)씨는 “작은 회사라 재택근무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모두 출근하고 있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원 A(30)씨는 출근하면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 회사 건물, 식당 등에서 수많은 이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수백명을 만나게 된다”며 “딱히 회사에 나와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면 재택근무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직장인들은 정부의 잇따른 권고에도 재택근무를 적극 고려하지 않는 회사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래픽디자인 일을 하는 김모(28)씨는 “회사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만 사용할 수 있어 출근하고 있지만, 회사가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재택근무도 가능하다”면서 “경각심 없는 경영진이 직원들을 안전 사각지대에 내모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프랜차이즈형 제과점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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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직장 근처 식당, 카페 등에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오후 회사들이 밀집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 식당과 카페, 제과점에서는 마스크 착용·거리 두기·지그재그 앉기 등 정부의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직장인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은 자리가 부족한 식당이나 제과점에선 다닥다닥 붙어 앉고, 포장 주문만 가능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무리끼리 모여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하며 순서를 기다렸다. 회사원 B씨는 “보통 팀원들과 점심을 함께 먹는데, 그러다 보면 거리두기를 지키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면서 “단체 생활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민간 기업에 재택근무를 하게끔 적극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는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면서 여러 시설에 제한 조치를 걸었는데, 왜 사무실엔 아무런 조치가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지금처럼 위급한 순간엔 일정 기간만이라도 재택근무 시행을 강제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임산부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의무 재택근무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수도권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기, 임산부 보호를 위해 기업이 임산부 재택근무를 의무로 시행하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은 4000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