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조스바이오 “AI 통해 신약 물질 탐색 시간 절반 이하로 줄인다”

by왕해나 기자
2020.11.26 17:51:21

올해 파트너사와 5건 계약…자체 개발도 3건
해외에선 이미 AI 통한 신약 개발 본격 시작
“플랫폼에서 신약 개발까지 사례 만들고 싶어”

박혜진 에이조스바이오 연구소장. (사진=왕해나 기자)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1억개가 넘는 화합물 중 특정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기란 말 그대로 ‘모래 속 바늘찾기’보다 어렵다. 수년의 시간이 들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도 크다. 인공지능(AI)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이런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주는 모델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 에이조스바이오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는 박혜진 연구소장과 사업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맹재열 상무를 26일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만났다.

박 소장은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이 10~15년이라고 했을 때 화합물 중 활성화합물을 찾아내고 독성을 테스트하면서 약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3~5년 정도 걸린다”면서 “AI를 이용하면 이를 1년 반~2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맹 상무는 “신약 개발할 때 전체 비용의 60%가 임상시험에 들어가고 40%가 후보물질 개발에 들어간다”면서 “일단 활성물질을 찾아야 임상시험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앞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조스는 중세시대 연금술사의 만능 촉매라는 의미다. 에이조스바이오라는 회사명에는 AI를 사용해 신약 개발의 만능 촉매처럼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총 21명에 AI 플랫폼을 다루는 직원은 10명으로 크지는 않은 회사다. 하지만 이들의 연금술은 최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공동개발이나 서비스제공, 자체 개발 및 기술이전 추구 등으로 수익모델을 다변화 하고 있다. 올해 파트너사와 5건의 계약을 맺었고, 자체 신약 개발도 3건을 진행 중이다.



에이조스 바이오의 사업모델. (사진=에이조스 바이오 홈페이지)
박 소장은 “고객사가 특정 질환에 반응하는 화합물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해당 모델을 만드는 데 1, 2달이 걸린다”면서 “이후 기존 화합물을 접목해서 가상으로 탐색을 하는데 면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최적의 물질을 찾는 데까지 1년 남짓이다”라고 말했다. 맹 상무는 “회사들이 ‘AI를 통해 신약 개발한다는 점을 믿지 못했는데 결과가 나오는구나’ 생각하더라”면서 “현재 다수의 국내사들과 협업하고 있고 공증을 쌓아 해외사들과의 협력도 노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 제약사들은 국내보다 한발 빠르게 신약 개발에 AI를 접목했고, AI 모델에 수천~수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화이자는 IT 기업 IBM과 협업해 면역 및 종양학 연구와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영국 베네볼런트AI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바리시티닙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영국 엑스사이언티아는 일본 제약회사 스미토모다이니폰 제약과 손잡고 강박장애 치료제인 DSP-1181에 대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한국에서의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은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나 기업들의 협업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다. 박 소장은 “에이조스바이오에는 화합물의 부작용, 독성을 알아볼 수 있는 모델과 고객 요청에 따른 딥러닝 모델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돼 있다”면서 “신약 플랫폼에서 시작해 신약 개발까지 가는 사례를 1개 이상 가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생물학, 약학, 딥러닝까지 이해하는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뜻이 있는 인재들을 찾고 길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