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대기업 따라 우리도”…코스닥 상장사도 PRS 봇물
by허지은 기자
2025.12.02 17:56:03
미코·에코프로 등 코스닥 PRS 잇따라
대기업 전유물에서 중견기업으로 확산
주가 하락 시 손실…‘잠재 리스크’ 우려도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주가수익스와프(PRS)를 통한 자금 조달이 대기업을 넘어 코스닥 상장사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회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코스닥 기업들이 잇따라 PRS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 업체 미코(059090)는 지난달 28일 자회사 HPS(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지분 15%(15만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PRS 계약을 미래에셋증권과 체결했다. 이를 통해 31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미코는 지난해 7월 약 730억원에 HPS를 인수하며 지분 69% 이상을 확보했는데, 인수 1년 5개월만에 해당 지분 일부를 활용해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선 셈이다.
미코는 올해 8월에도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보유하던 플랜텍(옛 포스코플랜텍)을 1542억원에 인수하며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에 대규모 인수를 연달아 진행하면서 향후 추가 인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실탄 확보’ 수단으로 PRS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PRS는 기업이 실제 지분 매각 없이도 주가 상승 혹은 하락에 따른 차익만을 증권사와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업 입장에선 지분 매각 없이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증권사는 수수료 뿐만 아니라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로 보유 중인 자회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계약을 맺는 방식이 많다.
코스닥 기업 중 PRS에 적극적인 곳으로는 에코프로(086520)가 꼽힌다. 에코프로는 보유 중인 에코프로비엠(247540) 주식 673만여주를 기초자산으로, 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투자·대신·메리츠증권 등 6개 증권사와 최대 8000억원 규모 PRS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년으로 연 5%대 수수료 조건이다. 해당 자금은 에코프로의 인도네시아 2단계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PRS는 기초자산이 될 자회사를 다수 보유한 대기업 집단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실제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케미칼, 이마트 등 주요 대기업이 PRS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코프로와 미코처럼 성장 투자와 M&A에 나선 코스닥 기업들이 잇따라 PRS를 도입하면서, 구조화 금융 기법이 중견·중소 상장사로 퍼지는 양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PRS는 회계상 자산과 부채로 보느냐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주가 하락에 따라 기업과 증권사 모두 손실을 볼 고위험 상품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대기업을 따라 속속 PRS에 동참하는 만큼, 향후 금융당국의 회계·공시 기준 정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여부 등 규제 강화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RS로 자금 조달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잠재적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