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잡아라”…스타벅스·할리스 ‘공간 마케팅’ 승부수

by오희나 기자
2025.12.04 17:17:00

커피만 파는 곳 아니라 '공간'으로 자리매김
커피프랜차이즈, 카공족·코피스족 겨냥 공간 마케팅 강화
"레드오션 커피시장, '공간'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카페가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공간’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면서 스타벅스·할리스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카공족(카페에서 공부·작업을 하는 고객)을 겨냥한 공간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커피 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공간 경험이 브랜드 충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1~2인 고객을 위한 전용 좌석 공간인 ‘포커스 존(Focus Zone)’을 도입했다. 기존에도 다수의 매장에서 1인석이나 콘센트 좌석 등을 운영했지만, 단독 존 형태로 공간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커스 존은 학습이나 업무처럼 몰입이 필요한 1~2인 고객이 주 대상이다. 좌석은 1인 파티션 부스석, 2인 테이블, 콘센트 좌석 등으로 구성된다. 올 8월 신림녹두거리점을 시작으로 송파방이점, 일산후곡점, 광교상현역점 등 4곳에 도입됐다.

할리스는 특화 매장을 적극 확대해 가장 빠르게 변화한 브랜드로 꼽힌다. 일부 상권 매장에 개인용 스탠드와 칸막이가 설치된 1인 좌석, 분리형 좌석을 도입했다. 일부 매장은 도서관형 집중석, 룸형 회의 공간까지 갖춰 업무·공부용 공간 요소를 강화한 카공족·코피스족(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의 세컨드 오피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도 대형매장에 카공족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카공족 증가의 배경에는 재택근무나 프리랜서, 대학가 학습 수요 증가 등 사회 변화가 자리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카페 평균 체류시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1인 좌석, 전원, 와이파이 등을 핵심 서비스로 공부·작업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특히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카페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는 카공족을 위한 브런치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 음료뿐만 아니라 식사까지 해결하는 이른바 ‘카페 밀(Cafe Meal)’ 문화가 자리 잡으며 장시간 체류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할리스는 케이크류를 포함해 44개 식사 메뉴를 판매 중이다. 이디야커피는 특별 매장 ‘이디야커피랩’을 통해 직접 제조한 피자, 햄버거 등을 선보이는 ‘델리 존’을 신설했다. 도넛·고로케 등 수제 베이커리 제품군을 강화하고, 샌드위치·샐러드 등 신선 메뉴도 다양화했다.

업계에서는 커피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공간 차별화가 브랜드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공간의 ‘체류가치’를 브랜드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카페는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학습·업무·휴식이 공존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카페 체류 시간이 매출과 연결되는 구조가 되면서 메뉴 구성, 좌석 배치 등 고객의 동선과 소비 흐름을 반영한 공간 설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