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칭` 장난이어도 처벌된다…벌금형 판례도

by김윤정 기자
2025.12.03 16:37:04

가짜 `李 담화문` 온라인 유포
"강력 법적 대응" 엄포에 30대 男 자수
과거 대통령 사칭 문서 발송한 대학생 벌금형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대통령 명의의 가짜 담화문을 작성해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한 피의자가 경찰에 자수했다. 과거에도 대통령 사칭 문서 유포 사례를 유죄로 판단한 판결이 있는 만큼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데일리DB)
3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대통령을 사칭해 온라인상 대국민 담화문을 작성·게시한 30대 남성 A씨를 수사 중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율이 상승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22%에서 40%로 상향 조정하고, 해외주식 보유자에 대해 연 1%의 보유세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긴 대통령 명의 가짜 담화문이 유포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달 27일 해당 담화문을 발표한 사실이 없고 명백한 허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경찰은 “정부기관 등을 사칭해 허위정보를 생산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대통령을 사칭해 공문서를 위조해 재판에 넘겨진 사례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장난’ 수준이라도 처벌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9년 3월 광주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던 학생 B씨는 대통령을 사칭해 대학 미세먼지로 인한 단축수업·휴업을 지시하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학교에 단축수업을 건의했으나 거부당하자 불만을 품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청와대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문서를 A4용지 2장 분량으로 작성한 뒤, 이를 포함한 서류 17개를 교육청 등에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도록 했다. 문서에는 각 학교급별 단축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등이 명시됐고, ‘전국 교육청·장관은 본 공지를 3월 중순까지 전국 학교에 알리고 실행하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또한 문서 하단에는 대통령 명의로 보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청와대 표장과 이름을 넣고, 봉투에는 청와대 주소를 기재했으며 겉면에는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에게 보내는 것처럼 인쇄물을 붙였다. 이에 검찰은 B씨를 공문서 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1월 16일 광주지법 형사6단독 황성욱 판사는 “B씨가 작성한 문서는 평균 수준의 사리분별 능력을 갖는 사람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공무원이 직무권한 내에서 작성한 것이 아님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공문서로서의 형식·외관을 갖추지 못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문서 상단 청와대 로고가 잘려 있고, 직인·서명이 없으며, 봉투에 ‘1급 기밀문서’라는 표식이 인쇄돼 있는 등 외관이 조악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다. 대통령 명의 공문서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치하거나 허황된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1심이 사실·법리를 오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2심 과정에서 검찰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2020년 11월 10일 광주지법 형사3부(재판장 장용기)는 공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B씨에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과거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실형 전과가 2차례 있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