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환 기자
2017.05.23 18:31:5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임기 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불참할 의사를 밝히면서 이날 문 대통령의 참배는 대통령 자격으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마지막 참배에 소요된 시간은 12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된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해 임기 중 추도식 참석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지역과 계층, 세대의 경계를 허물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문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인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고 문 대통령에 정치를 ‘운명’으로, ‘운명’을 넘은 ‘숙명’으로 만든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 드린다”는 말로 ‘조건부 작별’을 단행했다. 매년 추도식에 참석해왔던 문 대통령은 처음 남긴 추도사에서 ‘작별’을 꺼내며 굳은 통합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자연인으로서는 얼마든지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했으나 대통령이라는 공직에 오른 이상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만 참석하고 다른 전임 대통령의 추도식에 불참하게 되면 통합 메시지를 설파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여겨진다. 실제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도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단에서 후보 시절 줄곧 강조해왔던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통합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앞으로 국정운영 역시 ‘통합’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추론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추도식을 마치고 오후 3시 18분께 헌화 및 분향을 위해 묘역으로 이동했다. 참배객들은 “문재인”을 연호하면서 대통령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 앞에 선 문 대통령을 반겼다.
묘역 입구에서 노무현재단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흰 장갑을 착용하고 국화꽃을 받은 후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 씨,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참배단 맨앞줄에 서서 이동했다.
오후 3시20분,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참배를 시작하겠다”는 사회자 안내 멘트에 따라 문 대통령은 헌화와 분향을 하고 묵념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 여사와 장남 건호씨, 이해찬 이사장에 이어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헌화 및 분향 차례를 기다렸다.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인 김홍걸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유족 대표로 분향했다.
뒤를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추미애 대표,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헌화와 분향, 묵념을 했다.
오후 3시30분 참배단 대표는 너럭바위로 이동해 주위로 둥글게 서서 노 전 대통령 소갯말과 무덤 소갯말 등 방송 안내 멘트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멘트를 듣는 동안 눈을 감고 경청하다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묵념으로 인사를 하며 참배가 종료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 씨를 만나 추도식에 앞서 오찬을 진행했다. 오찬은 봉하마을 사택에서 오후 1시부터 40분간 이뤄졌다. 식사는 권 여사가 직접 가정식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 자리에는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경수 의원, 민홍철 의원,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허성곤 김해시장 등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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