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까지 주문 0건”…쿠팡 유출 사태에 자영업자도 비명

by김세연 기자
2025.12.04 17:08:35

쿠팡·쿠팡이츠 관련 매출 급감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세연 김혜미 기자] “쿠팡이츠 주문이 3분의1 정도 줄었어요. 배달수수료 문제부터 배달 기사 이슈 등 뭐 하나 터질 때마다 연쇄 타격을 받으니 어쩔 도리가 없네요.”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에서 약 3400만건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4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차량이 주차돼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는 ‘쿠팡 사태’ 이후 로그인 시도와 스미싱 등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조모(50)씨는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관련 매출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짜 문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이라며 “플랫폼에 무슨 이슈가 있으면 계속해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개인정보 3370만건 유출 사태 이후 자영업자에도 부정적 영향이 잇따르고 있다. 이용자들이 쿠팡 탈퇴 움직임을 보이자 조씨처럼 쿠팡 혹은 쿠팡이츠(쿠팡의 배달 앱)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들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더본코리아 계열사 가맹 음식점을 운영하는 안모(54) 씨는 “아직은 눈에 띌만한 매출 감소는 없었다”면서도 “오너 이슈가 있을 때는 매출이 30%는 줄었다. 잘못한 게 없어도 가맹 본사부터 플랫폼까지 이슈가 없나 늘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비슷한 반응은 이어졌다. 게시물과 댓글에는 “갑자기 쿠팡이츠 매출이 90%가 줄었다”, “쿠팡 난리 이후 오후 7시까지 주문이 1개도 안 들어온다. 다른 배달 앱에서만 주문이 들어온다”, “최근 쿠팡 주문이 많이 늘었었는데 다시 배민 주문이 많아진 것 같다”는 성토가 나왔다.



쿠팡이츠 뿐만 아니라 쿠팡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쿠팡에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차모 씨는 “주문받는 대로 발송하는 일반 셀러들은 당장 타격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쿠팡이 선 발주하는 형태로 납품하고 있어서 당장은 발주량이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쿠팡 이탈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다음 주 이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관련 단체에도 민원이 다수 접수되고 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배달앱 매출이 50%가 넘는다는 얘기가 많다. 이슈가 터져도 떠날 수 없는 입장”이라며 “플랫폼 관련 이슈는 한번 터지면 그것만 덮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자영업자와 플랫폼 간 관계를 들여다보고 구조적 개혁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쿠팡 관련) 정보 접근이 어려워 당장 피해 현황 파악은 어렵다.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쿠팡의 조치를 일단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쿠팡은 고객 정보 유출로 인해 입점 소상공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매출 감소와 추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일 점심 시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가. 배달 오토바이나 고객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사진=김세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