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달 시행인데 기준·처벌 모호한 '디지털포용법', 업계 혼란 가중
by김아름 기자
2025.12.02 17:39:51
2026년 1월 22일 시행 디지털포용법
위반 시 최대 3000만원 과태료
실태조사 주체·방식 모호…업계 “이행 부담만 커져”
단말 제조업체, 처벌 불확실성 대비해야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내달 시행을 앞둔 ‘디지털포용법’ 시행령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담지 않아 업계 혼란이 커지고 있다. 무인정보단말기 제조업체에 대한 기술성 평가 의무와 과태료 조항은 명시됐지만, 정작 실태조사 주체와 방식은 불명확해 현장의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포용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의견을 지난달 21일까지 수렴했다. 디지털포용법은 장애인·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1월 21일 공포됐으며, 내달 22일 시행된다. 정부는 시행령 마련을 위해 10월 31일부터 11월 21일까지 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광화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서울사무소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시행령은 무인정보단말기 제조·임대 시 기술성 평가 기준을 충족하고 일정 기술 역량과 생산능력을 갖출 것을 의무화했다. 위반 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소상공인 등은 50% 감액이 가능하다. 다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는 감액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실태조사 체계가 너무 모호하다는 점이다. 제정안은 정기·수시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조사 주체나 방식은 명확히 적시돼 있지 않다. 조사 대상 역시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아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의무는 부과됐지만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 이용자들이 직접 매장을 돌며 단말기 사용성을 점검하는 방식이 될지조차 알 수 없다”며 “과태료 조항까지 있는데 실태조사 기준이 불명확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처벌 위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준 변경으로 이미 비용을 투입한 업체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완화된 규정으로 바뀌는 동안 기존 기준에 맞춰 수천만원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 정작 현장 적용 의무에서 제외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업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규제는 갑자기 삭제되거나 개정되면서 기준이 오락가락했다”며 “정부도 현 시점에서 기존 업체 모두에게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유예를 언급했지만, 이미 TF까지 구성해 개발을 마친 입장에서는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형 키오스크에도 촉각 키패드를 동일하게 적용하라는 규정은 현실적으로 모든 매장 테이블마다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많은 업체들이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무화됐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단말기 위치와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올해 말 구축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초기에는 과태료 부과보다 제도 안내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1년 유예를 두는 방안도 부칙에 포함돼 있어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과 홍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