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환율관찰국" 압박카드 남겨둔 美.."당분간 원화·위안화 약세 지속"
by조진영 기자
2018.10.18 17:11:54
미 재무부 ''환율정책 보고서'' 공개
"대미 무역·경상수지 흑자 커.. 개입내역 공개 긍정적"
트럼프, 환율조작국 무역협상 압박카드 활용 가능성
美 금리인상 지속 등 "당분간 원화 위안화 약세 계속"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웨스틴호텔에서 스티븐 므누친 미국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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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김정현 기자]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기존과 같이 환율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에 포함시켰다. 이번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지만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인도 등 6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미국은 한국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액이 크지 않고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인한 대미 무역흑자 경계감으로 여전히 관찰대상국으로 올려 향후 무역 관련 압박카드로 활용할 여지를 남겼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2018년 10월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판별하는 3가지 요건 중 2가지 요건에 해당된다며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1년에 두 번(4월, 10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은 2016년 4월부터 6회(3년)에 걸쳐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까지 1년간 대미무역흑자가 21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6%로, 2가지 요건에 해당했다. 미국은 교역상대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외환시장 한 방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으로, 1∼2개 항목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수년간 지나치게 무역수지 흑자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2017년 11월과 2018년 1월 달러 대비 원화 강세를 둔화시키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했고 그 결과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치보다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7년 하반기 원화가 절상(원·달러 하락)됐지만 외환시장 개입 영향으로 2018년 들어 역전됐다는 점도 언급했다.그러면서 “한국의 통화 관행을 면밀히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최근 무역불균형이 어느정도 완화됐다”면서 “(한국) 정부가 최근 환율 개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원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원·달러 환율 상승) 과도한 무역수지 흑자를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정부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 환투기를 막는다는 이유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판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환율이 급격하게 쏠릴 때만 미세조정하는 수준으로 개입한다’며 환율 조작 의혹에 대응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2016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5회에 걸쳐 한국을 ‘환율조작국’ 이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압박하자 입장을 바꿨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내년부터 1년간은 6개월 단위로, 1년 후부터는 매 분기별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급격한 시장 쏠림에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한 것 외에는 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사후적으로는 환시장에 개입하면 내역이 나온다”고 말했다.
무역불균형 완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등 긍정적인 평가에도 한국은 당분간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보고서를 정치·경제적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흑자 국가들의 통화가치 약세 유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미국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압박 또는 협상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보고서 관련 리스크가 사라지자 이날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그동안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원화와 위안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해왔다. 중국 인민은행이 취한 통화완화에도 달러·위안 환율을 누를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위안화도 약세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의 원화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8.70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135.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장 마감께 6.9400위안에 거래됐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당분간 달러에 대한 원화와 위안화 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1155원, 달러·위안 환율은 7위안 이상까지 보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