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틈새찾은 유화업계…전자·가전 ‘스페셜티’ 확대

by김정유 기자
2020.11.26 17:41:56

코로나로 디스플레이 시장 호황, 전자소재 판매↑
삼양사, 중대형 패널용 코팅제 판매 10배 늘어
LG화학, OLED 소재 공급 확대로 실적개선
롯데켐은 가전용 스페셜티 집중, 제품다각화 ‘속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디스플레이·가전시장 호황에 힘입어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비대면 활성화로 디스플레이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코팅제·필름 등 전자소재 판매가 늘고 있고, 냉장고·TV용 고부가 가전소재 공급도 확대되고 있다. 그간 꾸준히 투자해 온 스페셜티 기술력이 코로나19 환경 속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삼양사는 최근 중대형 터치패널용 오버코트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터치패널 이미지. (사진=삼양사)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사(145990)는 최근 ‘중대형 터치패널용 오버코트’ 판매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중대형 디스플레이 수요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공급했던 2015년과 비교하면 올해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었다. 해당 제품은 중대형 디스플레이 터치패널에 들어가는 극도로 얇고 투명한 코팅제다. 터치패널의 가로 세로 전극을 절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삼양사는 2013년 중대형 터치패널용 오버코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꾸준히 국내외 디스플레이 업계에 제품 공급을 추진했지만 초반에는 큰 물량을 공급하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고, 동시에 코로나19로 전체 디스플레이 수요까지 늘면서 오버코트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디스플레이가 커질수록 오버코트의 접착력과 내화학성도 강화해야 한다. 이에 삼양사는 고객사의 공정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소재 정밀도를 높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중대형 터치패널용 오버코트는 현재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노트북, 모니터용 터치패널 등에 적용됐고, 최근에는 자동차용 터치패널, 전자칠판 등으로 공급처 확대를 추진 중에 있다”며 “다양한 기기에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이 생산 중인 OLED 편광판. (사진=LG화학)


LG화학(051910)도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 호황에 따라 전자소재 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OLED용 편광판 소재와 반도체용 기판소재(CCL) 및 패키징용 점착필름(DAF)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034220)의 중국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가동하면서 최근 LG화학의 OLED용 편광판 소재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올 3분기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0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0.6%에서 6.1%로 수직상승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고부가 성장 시장인 OLED 및 반도체 소재 시장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며 “OLED소재는 성장하는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고객과 제품의 다변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036490)는 최근 일본 화학사 JNC와 합작사 설립으로 OLED용 소재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OLED에서 실제 색을 내는 핵심소재 ‘도판트’ 소재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과거 산업용 특수가스를 주력으로 하던 SK머티리얼즈는 올해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포토레지스트 사업을 인수하고 이어 OLED소재 합작사 설립까지 나서는 등 전자소재 부문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냉장고용 압출 ABS. (사진=롯데케미칼)


전사적으로 스페셜티 비중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케미칼(011170)은 최근 고부가 가전소재에 힘을 쏟고 있다. 냉장고 내장소재로 쓰이는 압출 고부가합성수지(ABS)가 대표적이다. 최근 가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롯데케미칼의 냉장고용 압출 ABS 판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회사 기밀상 정확한 판매 신장율을 공개할 순 없지만,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판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용제품으로 외형을 키워왔던 국내 유화업체들은 그간 꾸준히 스페셜티 제품 개발에 나서왔다. 규모와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중국업체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범용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수요가 제한적인 스페셜티 제품 확대는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디스플레이·가전시장의 변화로 국내 업체들의 첨단소재·정밀화학제품 공급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은 대형 TV, OLED TV 및 모바일 기기 중심의 고성장이 지속 전망돼 관련 소재 시장도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며 “범용제품에서 고부가 스페셜티로 다각화를 추진 중인 국내 유화업계의 행보도 한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