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 패싱하는 한국당…한국당 몽니냐, 리더십 부재냐

by조용석 기자
2019.06.11 17:28:56

초월회 또 무시한 黃…한국당, 文의장과 시작부터 삐꺽
文의장 무시, 한국당 전략적 판단…복귀 거부 명분
"5당 모이는 초월회 대신 유연한 회동 마련했어도"
"국회 정상화 위해 어떤 노력 했나"…리더십 지적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4월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이동하다 김명연 의원 등에게 막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노골적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무시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한국당이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과 함께 의장 권한의 구조적 한계 또는 문 의장의 정치력 부재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전날 열린 국회의장 주재 5당 대표 월례 모임인 ‘초월회’에 다시 불참했다. 지난 5월 모임에 이어 두 번째다. 황 대표는 비슷한 시각 ‘문재인 정부의 표현의 억압 실태 토론회’에 참석했다. 의도적인 불참인 셈이다.

한국당이 국회의 수장이자 국무총리·대법원장과 함께 국가 3부 요인으로 꼽히는 국회의장을 무시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문 의장이 주재한 여야5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일정상 이유로 불참, 결국 열리지 못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도 한국당은 문 의장과 격렬히 대립했다. 한국당은 지난 4월 당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위 사보임(위원교체)을 허가하지 말 것을 주장하며 의장실을 점거했고, 충격을 받은 문 의장은 병원에 입원해 심혈관계 긴급시술을 받았다. 한국당은 문 의장을 강제추행 및 모욕, 집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고발까지 했다.

한국당은 문 의장 취임 초기부터 각을 세웠다. 지난해 9월 당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 의장을 겨냥 “어떻게 입법부 수장께서 블루 하우스 스피커를 자처하시나”라고 면전에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문 의장은 “의장 임기 동안 청와대나 정부의 말에 휘둘리는 일이 있으면 정치인생을 몽땅 다 걸겠다”면서도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가 모욕당하는 일이라는 걸 가슴 속 깊이 명심해달라”고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문 의장 무시를 전략적 판단으로 본다. 국회의장이 여야를 제대로 중재하지 못해 국회가 파행됐다는 명분으로 복귀를 거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당 출신인 문 의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또 여야4당이 함께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5당이 모두 모이는 초월회에 참석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국당의 의장 무시는 의도적”이라며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문 의장의 직권상정 등 운신의 폭을 좁히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문 의장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사개특위 사보임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내부 반발이 있음에도 위원교체를 허가한 것이 야권과 결정적으로 멀어진 악수(惡手)였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문 의장이 사보임을 결정하기 전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문제를 풀도록 기다렸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또 한국당이 거부하는 5당 모임인 초월회 대신 다른 형태의 회동을 추진하는 유연성을 발휘해도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결과적으로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사태 중 어떤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고,이후에도 한국당을 국회로 다시 돌아오게 할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