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5% 시대, 고금리 상품은 '비대면'만…소외 받는 고령층

by이연호 기자
2022.11.15 17:08:01

연 4% 이상 금리 제공 18개 상품 중 비대면 가입 상품은 8개뿐
"비대면 고금리, 인건비 등 운영 비용 절감에 대한 우대 혜택"
60대 이상 10명 중 8명은 영업점 방문해 상품 가입
"점포 폐쇄 시 고령층 의무 교육 등 교육 확대해야"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기준금리 지속 인상으로 시중은행에서도 수신금리가 연 5%를 넘는 상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고금리 상품들의 경우 비대면 가입 조건이 대부분이어서 고령층 소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그만큼 비대면 상품에 금리를 더 제공할 수 있는 유인이 생기지만, 정보기술(IT)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층을 위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5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내걸린 정기 예금 금리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1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기본금리 기준 1년 만기 4%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총 18개다. 이중 대면으로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8개뿐이다. 반면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등 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17개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중 가장 높은 기본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이(e)-그린세이브예금’으로 연 5%의 이자를 제공하는데, 이 상품은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으로만 가입을 할 수 있다. 영업점에서 가입 가능한 가장 높은 금리 상품은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 II’로 연 4.80% 금리를 제공한다. 해당 상품은 영업점과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에서 모두 가입할 수 있다.

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주로 비대면 위주로 출시하는 이유는 적은 비용에 대한 혜택 제공 차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대면은 인건비 등이 적게 들어 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점포 폐쇄가 늘고 비대면 영업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비대면 고객에 고금리 상품을 주로 제공하는 것은 임차료 등 운영비 절감에 기여한 것에 대한 일종의 우대 혜택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T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층의 경우 고금리 상품에 대한 혜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시중은행에서도 우대금리 기준 연 5% 정기예금 상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는데 이어 내년에는 연 6% 정기예금 상품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령층 역차별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5대 시중 은행 연도별 적금 대면·비대면 가입 비율’ 자료를 보면 60대 이상의 고령층 80.1%는 영업점을 방문해 예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들과 함께 지난 2월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 앱 구성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디지털 금융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 등으로 고령층 소외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의 전향적인 협조 없이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금융위원회 산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이광태 사무국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령층 교육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고령층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금융기관들이 점포를 폐쇄할 때 의무적으로 지역 내 고령층에 대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교육을 확대해 비대면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