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정책, 할리우드에 불똥…中 "영화 수입 줄일 것"

by정다슬 기자
2025.04.10 21:46:44

中영화국 "美영화에 대한 호감도 낮아질 것"
블룸버그 "中 美서비스 부문에 대한 보복가능성 시사"

2월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중 관세전쟁이 점점 격화되는 모습이다. 양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관세를 발효한 지 몇 시간 만에 중국이 할리우드 영화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중국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영화국 대변인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가 미국 영화 수입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관세를 남용하는 행위는 국내 관객의 미국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필연적으로 더욱 낮추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시장의 원칙을 따르고 관객의 선택을 존중해 미국 영화 수입 편수를 적절히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으로, 항상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고수하고 있으며 더 많은 국가의 우수한 영화를 도입해 시장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소비자의 수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라고 밝혔지만, 중국은 쿼터제를 실행하는 국가로 정부가 상영할 수 있는 외국 영화의 수를 제한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미국 영화 제한 조치는 이번 주 초 영향력있는 중국 블로거 2명이 보복조치로서 제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영화를 타깃으로 했다는 전망에 월트디즈니, 파라마운트 글로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 영화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는 아니지만, 중국이 향후 무역전쟁에서 미국 서비스 산업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가 점점 영화 관객을 빼앗아 가는 상황에서 전 세계 2위 중국시장은 할리우드에게 중요한 시장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1994년부터 1년에 미국 영화 10편을 수입하고 있다. 그동안 ‘타이타닉’, ‘아바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국내 영화가 더 인기를 끌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인기는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현재 중국 역대 최고 흥행영화 순위 20위 안에서 수입 영화는 42억 500만위안(8455억원)의 매출을 올린 ‘어벤져스:엔드게임’(2019년) 1편뿐이다.

중국 미디어시장 전문가인 크리스 펜튼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거의 손해가 없으면서 매우 눈에 띄는 방식”이라며 “이처럼 눈에 띄는 방식의 처벌은 중국이 총력전에 나선다는 것으로 미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