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5년된 노후 전투기 타는 공군, 이젠 희생 끝내야

by김호준 기자
2022.03.03 19:21:36

사고 F-5E, 1986년부터 운용…정비 소홀 논란
기체 결함으로 조종사 순직하는 일 없어야

K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故) 심정민(29·공사64기) 소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운구행렬이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민가 충돌을 피하고자 추락 직전까지 조종간을 잡았던 공군 조종사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은 ‘엔진부품 결함’으로 나타났다.

공군에 따르면 지난 1월 11일 경기 화성 야산에 추락한 KF-5E 기체에서는 우측 엔진 연료도관에 머리카락 굵기 크기의 구멍 두 개가 발견됐다. 이 틈을 통해 연료가 새면서 이륙 약 54초 만에 기체 엔진에는 불이 붙었다. 결국 기체 상승·하강기동을 제어하는 수평꼬리날개 작동 케이블이 손상돼 전투기는 사실상 조작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당시 전투기가 일부 조작 불능이 된 이후에도 지상에 충돌하기까지는 약 19초 정도 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그러나 고(故) 심정민(29) 소령은 탈출하기보다 우리 국민 생명을 생각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공군은 기체 점검이 규정대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화재를 일으킨 연료도관은 4년 전 교체한 부품으로, 교체 기간인 비행 600시간을 다 채우지 않아 별도 정비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F-5E는 1986년부터 운용된 노후 기종이다. ‘신차’와 ‘중고차’를 달리 점검하듯, 노후 기종에 대해서는 정비 간격을 더 촘촘히 해야 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후 전투기를 조속히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도입한 F-5 계열 전투기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2000년 이후에만 추락사고 9건이 났고 조종사 12명이 순직했다.

공군이 우리 안보환경을 고려해 운용해야 할 항공기는 430대라고 한다. 현재 공군은 410여 대 항공기를 운용 중이다. 이런 사고가 나도 일부 F-5 기종은 2029년 말까지는 이 ‘적정 숫자’를 채우기 위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게 공군 측 설명이다.

공군은 “이달 안에 경공격기인 FA-50 추가 확보를 위해 합동참모본부에 소요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는 우리 조종사들이 ‘기체 결함’으로 순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