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초읽기…세입자 쫓아내느라 바빠진 집주인

by정두리 기자
2020.07.30 20:03:47

기존 세입자 대신 새 세입자 원하는 집주인 늘어
미비한 법조항 활용 전세금 최대한 올리려는 목적
“법 시행 앞두고 전세시장 혼란 불가피”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일대(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기존 세입자가 곧 전세계약 만기가 다 되가는 데 임대차 3법 시행 전에 내보내고 싶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임대기간이 최소 4년으로 길어지고, 임대료는 5% 범위 내에서 인상을 제한하는 임대차 3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세를 주고 있는 집주인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법 시행 전에 집값을 올려받기 위해 법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세놓은 집의 임대 만료가 임박한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각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는 임대차 3법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강서구 마곡동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상담의 절반 이상이 임대차 3법과 관련된 문의”라면서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어떻게든 전세금을 올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 3법 탓에 전세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법이 윤곽이 잡히긴 했지만 세부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임대차 3법과 관련해 기존 세입자는 법 시행 이전에 계약을 몇 번 연장했는지와 상관없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게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예를 들어 임차인 A와 임대인 B가 2019년 9월에서 2021년 9월까지 최초 전세계약을 맺었고, 상호간 합의로 2021년 9월~2023년 9월까지 갱신을 하면서 임대료를 8% 증액한 경우, 임차인 B는 계약종료 2개월전인 2021년 7월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5% 미만으로 임대료 조정이 가능하다. 또는 8% 증액한 기존 임대차 계약관계를 유지하면서 계약기간 만료 시점인 2023년 7월에 임대인 A에 대한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법 시행 이전에 5% 이상 증액해 계약을 맺어도 임대료 조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집주인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계약 만료 전에 임대차 계약갱신 거절을 하거나 아예 새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와의 재계약보다는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재계약 시점이 임박한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계약 갱신 거절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계약 종료 전 6개월에서 1개월 사이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집주인이 계약 해지 통보를 하고 법 시행 전 다른 세입자와 계약한 경우, 기존 세입자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더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다. 다른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신규 세입자와는 5%의 전월세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재계약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면서 “법 시행을 앞두고 전세시장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