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비난에 故최고은 소환한 野...정윤철 감독 "비열해"

by박지혜 기자
2020.12.22 19:58: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영화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 ‘대립군’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미디어아트 작가의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금’ 수령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불쾌함을 나타냈다.

정 감독은 22일 오후 페이스북에 ‘영화계의 비극을 멋대로 끌어다 복붙(복사해서붙여넣기)하지 마라… 인간이라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만약 대통령 아들이 일반 대기업 월급쟁이나 공무원이었다면, 아빠가 대통령인데 왜 버젓이 월급 타 먹냐고 질책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노블리스 오블리제 운운하며,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왜 따박따박 돈 타 가냐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월급이란 곧 생계이며, 부모로부터 독립한 성인의 존엄성에 대한 상징이자 제 밥벌이를 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의 대통령 아들 지원금 논란은 예술가란 직업이 월급을 받을 정도의 사회적 생산 가치가 없는, 일종의 배부른 잉여성 행위 또는 약자를 위한 구호성 퍼주기 사업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폄하적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며 “그래서 대통령 아들이자 전업 작가인 당사자가 수많은 월급쟁이처럼 생계를 위해 공모에 정당히 지원해 선발된 것을 호구지책이 아니라, 마치 특혜를 입었거나 가난한 자의 밥그릇을 뺏은 권력자 아들의 파렴치함으로 감히 비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윤철 감독 (사진=이데일리DB)
그는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결코 그를 욕하거나, 아빠에게 손을 내밀지 왜 그랬냐고 비난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예술가 자신들이 스스로 제 밥벌이를 하는 자립한 성인이 아니란 뜻이기에”라고 했다.

정 감독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요절한 최고은 작가를 언급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오늘 한 야당 의원은 9년 전 빈곤으로 너무나 외롭게 죽은 고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마저 소환하며 금수저의 탐욕을 나무랐다. (내가 결국 글을 쓴 이유다)”라며 “참으로 비열하고 어이가 없다”고 일갈했다.

“최 작가는 나랏돈 지원을 못 받아 그리된 게 아니라 최소한의 계약도 안 하고 신인 작가를 부려 먹는 영화계 자체의 그릇된 관행의 피해자였다. 그로인해 뼈를 깎는 오랜 논의 끝에 창작자들의 표준 계약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허 의원은 앞서 최 작가를 애도한 문 대통령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코로나 피해 지원금은 지금도 차가운 골방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티고 있는 제2, 제3의 최고은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정 감독은 또 “평소에 예술지원 정책에 관심도 없으면서 지금 갑자기 가난한 예술가들을 대변하는 투사라도 된 듯 설치는 야당 정치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불쾌하다”며 “상대의 빈틈만 보이면 아무거나 잡히는 데로 집어던지고, 병을 깨고, 침을 뱉고, 마구 개싸움을 벌이는 이들을 양아치라고 하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지금은 코로나를 잡기 위해 온 국력을 모아도 부족한데 제발 헛물 그만 켜고 죽어가는 서민들을 위해 잠시라도 어벤저스 좀 만들어 주시길”이라며 글을 맺었다.



앞서 국민의힘은 문 작가가 코로나19 긴급 예술인 지원금 1400만 원을 받은 것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부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화상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원금 수령의 적절성을 지적하는 언론과 국민에게 당당한 모습에 기가 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의 딸이 가계곤란 장학금을 수령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해 “교수 월급 받는 나는 사립대 다니는 딸에게 장학금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는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의 페이스북 내용을 거론했다.

더불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트위터에 “서울시정 개혁과제 중 하나”라면서 서울문화재단을 개혁하고 공적 비용이 사용되는 심사에 대한 결과 공지 및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2020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 22일 오후 인천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문 작가는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영세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금을 대통령 아들이 받아서 문제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문 작가는 “영세 예술인을 위한 지원금은 별도로 공고가 된다”고 전제한 뒤 “코로나로 제 전시가 취소되면 저와 계약한 갤러리, 큐레이터 등이 피해를 본다. 이들은 모두 당신들이 말하는 영세 예술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지원금을 받아 전시하면 계약을 취소했던 그 영세 예술가들에게 비용을 지급하게 된다”며 “지원금 신청 시 이렇게 계획안을 냈고, 돈은 이미 영세예술인들께 드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 작품은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예전부터 인정받고 있다”며 “경고: 정치인들은 함부로 영세 예술인을 입에 담지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작가는 전날에도 “코로나 지원금은 작가에게 수익으로 주는 돈이 아니라 작가가 전시·작품 제작에 사용하는 돈”이라며 특혜 지원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