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수익률 3.9%에도…국민연금, 웃지 못하는 이유

by박정수 기자
2019.04.29 18:47:07

국민연금 3.90%·사학연금 4.24%…해외주식·대체투자 '희비'
"해외주식·대체투자 자금 집행 더뎌 시장 상승 놓쳐"
운용역 인력난부터 해소해야…여전히 정원보다 40명 모자라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이 국내외 증시 상승에 힘입어 2월에도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였다. 다만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예고했던 4%대 수익률에는 못 미치는 결과를 냈고 다른 연기금 수익률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과를 보였다.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월 말 현재 운용수익률이 3.90%(잠정)를 기록, 1월(3.05%)보다 0.85%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금융부문 각 자산군은 국내주식이 9.45%, 해외주식이 11.41%, 국내채권이 0.20%, 해외채권이 1.25%, 대체투자 자산이 0.49%의 수익률을 각각 나타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기조 완화와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에 2월에도 국내외 증시가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효준 CIO가 지난 3월에 말했던 운용수익률 4%대에는 미달했다.

특히 공적 연기금들과 비교하면 국민연금 성과는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다. 예컨대 사학연금의 경우 시간가중 수익률 기준으로 2월에 4.24%의 수익률을 기록, 국민연금을 웃돌았다. 부문별로 국내주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학연금 성과를 밑돌았다.

대체투자의 경우 사학연금은 1.61%의 수익률로 1.12%포인트 앞섰고 해외주식은 사학연금이 12.95%로 1.54%포인트 웃돈다. 한 연기금 CIO는 “연기금이 세운 중장기 자산배분에 따라 부문별로 비중을 조절하겠지만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와 해외주식에서 자금집행이 더디다”며 “계획대로 자금만 집행했다면 더 높은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작년에 국민연금은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집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여유자금 배분이 채권에 쏠린 경향이 있다. 지난달 말 국민연금이 내놓았던 2018년도 국민연금기금 결산(안)을 보면 여유자금 운용 계획(96조1776억원) 대비 집행실적(113조5753억원)이 초과(17조3977억원)해 집행률은 118.1%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신용채 비중 확대, 공사채 등의 교체 매매, 해외채권 내 위탁, 직접 비중 조정 등에 의해 국채 외 채권매입이 164.7%로 월등히 높다. 이에 반해 기타유가증권 매입은 89.1%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대체투자 집행 부진 영향으로 계획 대비 낮은 집행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또 채권비중 축소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지속되고 있으나 국채매입이 90.0%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집행 규모가 계획 대비 못 미쳤던 점 등으로 채권의 집행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평가했다.



2월 현재 국민연금 자산별 비중은 국내채권이 46.6%, 해외주식이 19.2%, 국내주식이 18.0%, 대체투자가 11.6% 순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채권 비중을 2023년 말까지 35% 내외로 줄이고 대체투자는 15% 내외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해외주식은 이 기간 30% 안팎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 연기금 CIO는 “전 세계적으로 대체투자 시장에 ‘드라이파우더(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투자할 만한 대상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가격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딜을 꼽자면 2조원대 안팎인데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볼륨이 너무 크다”며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1%포인트만 올리려 해도 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집행해야 하므로 투자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회사 CIO는 “해외주식 비중은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으나 이해 상충 관계가 있는 것 같다”며 “일본 공적연금(GPIF)만 보더라도 채권 중심의 자산을 크게 조절한 사례가 있듯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탄력적으로 비중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현황(자료:국민연금)
한편에서는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고질적 인력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민연금 운용역 정원은 280명으로 작년보다 2명이 늘었으나 현원은 여전히 240여 명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9년도 제1차 기금운용 전문가 공개 모집을 통해 기금운용 각 분야 전문가 총 36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채용 인원을 전원 합격시키더라도 여전히 정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를 놓고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운용역 처우 개선을 통해 인력난을 해소하려 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사용 계획 승인을 거부하고 있는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연기금 CIO는 “운용역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데 기재부에서 예산 사용 계획 승인을 내줄리 만무하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단순히 정원을 채우기보다 운용역 적임자 여부를 따져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