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이 살길'…국내 방산업계, 인도네시아 軍 현대화 시장 공략
by김관용 기자
2018.11.07 18:12:50
29개 방위산업체, 인도네시아 방산전시회 참가
'INDO 디펜스', 동남아 최대 지·해·공 방산전시회
인도네시아, 국내 방산 3대 거점 시장 중 한 곳
[자카르타=국방부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동남아시아 최대 지·해·공 통합 방산전시회인 인도네시아 ‘INDO 디펜스 2018(INDO DEFENCE EXPO & FORUM)’이 자카르타 JI엑스포 전시장에서 7일 개막했다. INDO 디펜스는 격년제로 개최되는데, 올해는 44개국 800여개 방산기업이 참가했다. 2년전에 비해 4개국, 100여개 업체가 늘어난 규모다. 국내 방산기업들도 사상 최다인 29개 업체가 참가해 동남아 시장 개척에 나섰다. INDO 디펜스 2018은 오는 10일까지 계속된다.
국내 방산업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 규모는 인도네시아 5조원, 말레아시아 4조원, 필리핀 2.5조원 등 1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인도네시아는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내년 4월 17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중기계획(2020~2024년)을 세울 예정이어서 국내 방산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터키 및 페루와 함께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 거점 국가로 수출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방산수출 국가 중 한국의 점유율은 러시아·네덜란드·미국에 이어 4위(12.9%)를 차지할 정도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고려할 때 방위산업은 수출이 유일한 대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월 39년 만에 열린 청와대 주관 방위산업발전 회의인 ‘국방산업진흥회의’에서 “국방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맞춤형 지원책과 외교로 뒷받침 할 것”이라고 약속한바 있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김영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인도네시아는 우리가 수출할 수 있는 조건이 아주 좋은 나라”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갖고 수출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I엑스포 전시장에서 열린 ‘INDO 디펜스’ 2018에 국내 방위산업체인 한화가 국내 참가 기업 중 가장 큰 부스를 마련하고 현지 시장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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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업체는 단독부스를 꾸린 대우조선해양·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한화·이오시스템·풍산 등 13개 업체다. 또 연합정밀·그라운드·산청 등 16개 업체가 중소기업관으로 참가했다.
우리 기업 가운데 한화는 최대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지상장비 존에서는 동남아 지역 특성을 고려해 개발된 타이곤 신형 차륜형 장갑차와 현재 우리 군에서 사용 중인 K21 전투장갑차, 비호복합,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모형 등을 전시했다. 방산전자 존에서는 함정전투체계와 잠수함용 리튬전지 체계, 차량탑재형 이동기지국 시스템, 지휘통제통신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정밀타격 존에서는 다양한 탄약무기 체계를 공개했다.
한화시스템은 해안경계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1만8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도서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특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안경계시스템은 국경과 해안 지역을 감시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 기반 통합감시정찰 체계다. 휴대용 다기능관측경(MFOD), 장거리용 차기열상감시장비(TOD), 전자광학추적장비(EOTS) 등 첨단 센서들로 이뤄져 탐지거리를 대폭 늘렸다.
이성수 한화디펜스 대표는 “최근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가 격상되는 등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화가 가진 종합 방산역량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2006년 회사 첫 수출 실적으로 인도네시아에 VHF 무전기를 납품한 이후 2008년부터 인도 디펜스에 매번 참가하고 있다. 2013년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2.75인치 유도로켓과 130mm 유도로켓,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를 비롯해 대포병탐지레이더-II, 장거리 레이더 등 현지 군 현대화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수출 전략제품을 소개한다”고 전했다.
|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I엑스포 전시장에서 열린 ‘INDO 디펜스’ 2018에 국내 방위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현지 시장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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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 전문업체인 풍산은 탄약의 해외 수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중·대구경탄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김시우 수출3팀장은 “과거 2011년 인도네시아에 105mm 탄을 수출한 이후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 해군에 30mm 탄도 납품한바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소구경탄의 부품을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중·대구경탄으로 수출 라인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산기공은 이번 전시회에서 인도네시아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M16 계열 소총의 업그레이드를 제안했다. 기존 M16 계열 소총 몸통에 자사 총열 및 개머리판을 결합해 M4 소총과 같은 성능을 갖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용욱 해외영업부 이사는 “이미 올해 인도네시아 해군에 3500정을 납품했고, 지난 9월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에 육군 참모부장이 우리 제안에 관심을 보여 이번 전시회에서 수출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시장 공략도 활발하다.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한 통신장비인 ‘상호 통화기세트’(VIC-7K)를 소개한 연합정밀은 인도네시아 현대화 사업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정택상 연합정밀 해외사업팀장은 “여러나라에서 인도네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국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소팩은 특수용 무전기를 출품했다. 김지희 인소팩 이사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단방향 음성 통화만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인소팩 제품은 휴대폰 처럼 최대 12명까지 동시 양방향 통화가 가능하고 음성 이외에 문자, GPS 위치 공유, 사진 전송 기능도 갖추고 있다”며 “전시회 기간 동안 바이어들이 실제 사용해 볼 수 있는 실물을 전시해 제품에 대한 검증과 구매 결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I엑스포 전시장에서 열린 ‘INDO 디펜스’ 2018에 국내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현지 시장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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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시장에 관심을 두는 것은 해외업체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취해진 무기 금수조치를 지난 2014년 사실상 해제해 수출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일본은 한국관과 300m 떨어진 별도의 홀에 자리를 잡고 8개 업체의 제품을 선보였다. 일본 정부의 방산 수출 홍보를 맡고 있는 ALTA사의 사사크 토모히로(Sasak tomohiro) 수출지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는 올해 초 방산협력을 체결했다”면서 “2016년에는 중고 항공기 TC-90 5대를 필리핀에 임대하는 등 방산협력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미쓰비시 전자는 항공자위대의 FPS-3 레이더를 선보였다. FPS-3은 안테나를 회전시키지 않은 채 여러 방향으로 레이더파를 발사하고 수신할 수 있는 고성능의 능동 위상배열(Active Phased Array )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항공기 등의 탐지와 추적 능력이 탁월해 일본 전국 7곳에서도 외국 항공기의 영공 침범과 접근에 대비한 경계 감시에 투입되고 있다.